'빨간방'은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단체 채팅방의 대명사다. 수년전부터 음지에서 횡행했지만 올해 초 연예인 불법 촬영물 유포 건이 이슈화하면서 함께 이름을 알렸다. 리벤지포르노는 물론 각종 몰래카메라 영상이 공유된다. 최근 빨간방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텔레그램으로 대부분 이동했다. 서버가 국내에 없어 단속이 더 어렵다.
최근 한 제보자로부터 빨간방의 변종인 '노예방' 소식을 접했다. 불법 촬영물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미성년자를 협박해 영상 및 사진을 얻어낸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피해자를 노예라고 불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충격적이다. 불법 촬영물 유포도 천인공노할 범죄 행위이지만 노예방에서 나도는 영상은 패륜에 가깝다. 피해자에게 자학·고문·성매매 강요까지 자행됐다는 자료를 받았다. 실제 유포된 사진을 봐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법이 잔학했다. 같은 운영자가 텔레그램에 노예방 10개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파생된 복제방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괴담에 가까운 얘기다. 그러나 맥락을 짚어 보면 허상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트위터는 익명 계정 생성이 쉽고, 의견 표출이 자유롭다. 미성년자 이용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조건이 합쳐지면 특이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용자가 등장한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성적인 영상을 올리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들 계정을 해킹해서 알아낸 개인 정보로 일탈 행위를 가족과 지인에게 알린다고 협박하는 것이 범행 수법이다. 일주일만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 일 없다고 달래기도 한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성인도 있고 10대 초·중반 학생도 있다.
영상이 텔레그램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손쓸 방법은 거의 없다. 웹사이트와 달리 게시물 삭제 요청이나 접속 차단 조치가 불가능하다. 운영자 꼬리를 잡기도 어렵다. 텔레그램은 조작된 전화번호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텔레그램 측이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사례도 알려진 바 없다. 아직은 다른 매체로의 확산을 막는 모니터링이 최선의 방법이다.
트위터 측은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해킹 계정에 대한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주동자 가운데 한 명이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으로 대응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점차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혹시나 호기심에라도 노예방을 찾아보는 이는 없었으면 한다. 헛수고다. 이미 상당수는 추가 입장이 불가능하다. 자체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포르노는 다운로드 및 보유만 해도 중범죄다. 2차 가해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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