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 시작된다. 현 회기 300명(재적 297명) 국회의원은 내년 5월 29일 임기를 마친다. 당과 지역 등을 대표해 정부부처를 감사할 마지막 기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정쟁에 지친 국민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여야는 수개월 전부터 국정감사를 준비했다. 올해 국정감사 대상 기관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을 포함해 748개에 달한다. 고위공직자와 기업인, 사회 저명인사 등은 증인 및 참고인 신분으로 국회를 찾는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악화와 일본의 무역분쟁 도발에 따른 '엄중한' 경제상황, 입시와 취업 등 '공정성'으로 촉발된 민심 분열 등은 심각하다. 여당은 '검찰'을, 야당은 '조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여당이 정부부처(검찰)에 공세를 올리고 야당이 방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예상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쟁 '블랙홀'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20일간의 혈투
여야는 10월 2일부터 21일까지 2019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당초 9월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였던 일정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변경됐다. 시작 전부터 진통을 겪은 셈이다.
여야는 국감 개시를 하루 앞둔 1일에도 대립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증인 채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이날 오후에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로 일정, 증인명단을 확정했다. 한국당이 주장한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 증인 채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조 장관의 장녀가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했을 때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인이다.
문체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는 앞서 일정과 증인 등을 확정했다. 운영위원회(10월 25일~11월 1일)와 여성가족위원회(10월 23~24일) 등 겸임 상임위는 국정감사 종료 후 별도로 실시된다.
첫날인 2일부터 주요 정부부처가 모두 국정감사를 받는다. 대법원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경제·재정),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자원통산부(산업·통상),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일 국정감사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30일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위중·위급성을 감안해 미뤘다. 18일 농식품부 소관기관과 함께 종합감사로 대체한다.
◇'검찰개혁' vs '조국사퇴'
여당은 올해 국정감사를 민생을 위한 국정감사로 규정지었다. 검찰개혁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당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살리자 민생활력' '만들자 경제강국'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을 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과 제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국' 국감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비도덕을 드러내겠다는 각오다.
여당이 '검찰'을, 야당이 '조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만큼 올해 국정감사는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개혁이 주를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에 이은 조 장관 '3라운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성장률 저하와 일본과의 무역분쟁에 따른 국내 산업 위기, 북한 비핵화와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충돌도 불가피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경제정책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민부론'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첨예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국감 스타는?
지난해 국정감사 최고의 스타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탈법·불법 등 비리를 폭로했다. 이후 학부모지지 여론에 힘입어 사립유치원의 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유치원 3법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초선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은 물론 재선 이상도 공격적으로 국정감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국감은 매일 아침 신문지면과 저녁 TV 뉴스에서 메인을 차지할 수 있는 꿈의 무대”라면서 “지역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주요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인지도와 호감도 측면에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감 열기가 높아지면 반대로 '아니면 말고' 식의 무리한 질의나 주장, 호통 등 이른바 '갑질'도 우려된다.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700여개가 넘는 정부부처와 소속 기관을 감사해야 하다보니 지난 국감에서도 '무리수'가 꾸준히 발생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