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데이터 경제' 불붙었는데...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

[이슈분석]글로벌 '데이터 경제' 불붙었는데...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

24일 국회가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법사위 안건으로 상정, 논의한다. 개점휴업 상태인 데이터 산업이 수년 만에 빛을 볼지 집중된다.

이미 세계는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석유', 혁신성장을 견인할 핵심 자원으로 규정하고 법제 정비를 완료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 오일 전쟁을 시작했다. 반면에 한국은 국회 정쟁에 밀려 데이터 3법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오일을 추출해 각종 산업 엔진을 가동해야 하지만 데이터 산업은 맨홀 뚜껑에 막혀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만약 국회에서 또 한 번 신용정보법 개정이 무산된다면 한국은 마이데이터를 비롯한 미래 산업 자원이 고갈되는 재앙이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데이터 혁신, 왜 필요한가

신용정보법 개정의 핵심 가명정보를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신용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상업적 목적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다. 금융 데이터 혁신 기반이 마련되면 진화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소비자 중심 금융 플랫폼이다. 중국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를 통해 금융 이력 부족자에게 중금리대출을 제공한다. 일반은행 대비 낮은 부실률을 유지한다. 데이터의 힘이다. 미국 대형 보험사 역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한국도 신정법이 개정되면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 신용도 개선 등 포용적 금융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이력 부족자는 20대 330만명, 60대 이상 350만명 등 1000만명이 넘는다.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산업 주도로 양질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미국은 상위 5개 마이데이터 업체가 약 1만3000명 인원을 고용했다. 정부 과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데이터산업을 연계할 수 있다.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고객 계좌내역을 근거로 실제 수입, 지출 내역을 분석하고 로보어드바이저(RA)를 통해 투자하게 하는 현금자산관리 서비스를 지난해 내놓았다.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을 통해 일반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대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슈분석]글로벌 '데이터 경제' 불붙었는데...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미래 사업과 컬래버레이션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실현되면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산업 성장 기반 마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대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허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으로 국제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AI부문에서 2만6891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만5745건, 일본 1만4604건, 독일 4386건이다.

헬스케어 부문에도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빅데이터와 IoT 활용을 통해 치료에서 예방으로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어서다. 핀란드는 휴대폰 산업 침체 이후 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 핀젠을 구축했다. 약 50만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화했다. 이로 인해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 선도 국가로 부상했다.

◇신정법 필두로 데이터 3법 조속 개정돼야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데이터 3법 개정이 필수다. 신정법 등 데이터 3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금융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 부문 법적 불확실성으로 금융사, 핀테크 스타트업은 데이터 분석과 결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데이터 기반 혁신 서비스 상용화는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주창한 마이데이터, 비금융 CB 사업도 공허한 외침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과 인력으로 대기업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은 도산 위기다. 중장기로는 해외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 3대 무역국인 EU 진출이 불가능하다.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국가의 기업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요구하는 별도 안전조치를 개별 기업단위로 준수해야 하지만 신정법 계류로 가이드라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일본, EU 등은 이미 데이터 법제 정비를 마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 3위 무역파트너인 EU와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신정법 개정은 이번에 마무리해야 한다”면 “G20의 오사카 트랙처럼 혁신 성장을 촉진하는 디지털 경제를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