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상파 재송신 분쟁, 이제는 해결하자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간 재송신료 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최근 SBS·지역민영방송사와 지역케이블TV 간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 인정으로 케이블TV가 패소했다.

법원은 SBS·UBC와 JCN울산중앙방송 간 소송에서 JCN울산중앙방송 8VSB 신규 가입자에 지상파방송 송출을 중단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SBS·UBC는 JCN울산중앙방송을 상대로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JCN울산중앙방송은 8VSB 서비스의 경우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대상 분리 송출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JCN울산중앙방송은 합의를 하든지 8VSB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송출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과거 2012년 지상파방송사가 CJ헬로를 대상으로 처음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송신료를 수취하던 상황과 동일하다. 당시 지상파방송사는 자사 채널을 무단 재송신한 부분에 대해 CJ헬로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고 신규 가입자 대상 송출을 중단하라고 판시했다. 이어 지상파방송사는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했다.

2012년 지상파방송사가 CJ헬로비전(현 CJ헬로)에 요구한 간접강제금은 1개사 1일 5000만원이었다. CJ헬로는 간접강제금 부담이 커지자 결국 합의했다. SBS·UBC는 JCN울산중앙방송에도 총 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 간접강제금 2개사 1일 300만원을 부과했다. 간접강제금은 산식이 아닌 재량에 의해 결정됐고, 법원은 오로지 저작권에만 근거해 판결했다.

언뜻 보면 사업자 간 분쟁이어서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원도 정책 고려 사항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판결,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송출 중단 주체는 지상파방송사가 아니라 케이블TV다.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를 분리해서 송출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지상파방송 송출을 중단해야 한다. 송출을 중단하게 되면 민원은 케이블TV가 부담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을 발동하면 케이블TV는 송출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 그러나 송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법원 판결대로 간접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 케이블TV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정부와 지상파방송사는 지상파 재송신 거래를 사적 거래로 규정하고 공적 개입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사적 거래라면 정부의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은 왜 존재하며, 케이블TV의 지상파 채널변경은 왜 불가한가. 또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이 왜 언론과 국회에서 이슈화되는가.

지상파방송 채널의 성격은 CJ ENM, JTBC와 다르다. 지상파방송 채널은 국민 모두가 시청해야 하는 보편 채널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 간 사적 거래로 치부하는 건 문제가 된다. 진정한 사적 거래라면 의무재송신 채널(KBS1, EBS)을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방송 채널에 대한 공적 투자와 혜택은 회수해야 한다. 케이블TV가 지상파 재송신료를 수용하기 어려우면 자유롭게 송출 중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상파방송사는 황금주파수인 UHD 주파수도 무료 할당을 받았고, 중간광고 도입 등 정책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공적 책무가 있음을 지상파방송사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사가 정책 지원과 권리를 주장하려면 먼저 의무와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정부도 적극 개입해 근거없이 인상되는 지상파 재송신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내 방송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게 자명하다.

해묵은 이슈인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더 이상 국내 방송사업자끼리 이전투구 하지 말고 서로 협력해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재자로서 합리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ssjchoi@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