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이 내년 중반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12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선행지표의 움직임을 볼 때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구매를 연기했으나 최근 단가 하락세가 약화된 만큼 구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128기가비트(Gb) 제품의 가격은 지난 5월 3.9달러까지 낮아진 후 10월 4.3달러로 회복했다. 반도체 경기 향방을 엿볼 수 있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매출액도 오르고 있다.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지난 2분기(-6.3%)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으나 3분기 들어 7.6% 늘었다.
이에 한은은 "글로벌 메모리 경기와 우리 반도체 수출은 내년 중반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는 생산자가 수요량 변화에 대응해 공급량을 조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단가가 크게 널뛰고, 반도체 산업은 부진, 회복, 확장을 오가는 경기 사이클이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이 예상될 때에는 투자를 대폭 늘려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만, 호황기가 끝나 수요가 줄어도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생산량을 떨어뜨리기 어렵다. 이에 반도체 단가는 하락하고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루면서 가격은 더 내려가게 된다.
한은은 “반도체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경우 1∼2년 이내에 D램 매출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2017년 투자 급증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중 대규모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방산업의 수요 변화에 대응해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못하면서 주기적으로 경기가 변동한다”며 “반도체 수출물가는 자동차나 기계류 등 여타 품목과 비교해 큰 폭으로 등락한다”고 언급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