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승전보

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16일 일본에서 한·일 통상 당국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열린다. 지난 2016년에 열린 한·일 수출협의회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국장급 실무회담이다. 우리 측에서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참석한다.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지난 7월 4일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원상 복구하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제외를 철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열린 과장급 협의에서는 일본 측의 '홀대 논란' 속에서 양국 간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기 때문에 국장급 실무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4개월여 동안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지속해서 커졌고, 국민 불안감은 증폭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일 관계 경색을 불러온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논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국제품 불매운동 등은 바람 잘 날 없는 한-일 경제전쟁 분위기를 여지없이 보여 줬다.

일본은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면 이번 국장급 실무회담에 적극 임해야 한다. 또 우리 정부는 유연한 협상력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양국은 산업계 안정을 되찾는 것에서 나아가 불안한 동북아시아 정세를 바로잡을 책임이 분명하다.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한·일 정부가 진정으로 양국 국민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소모전은 끝내야 한다. 수출 규제 해결은 어느 한 국가의 승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의 승리다. 이번 국장급 실무 회담에서 '양국의 승전보'가 전해지길 기대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