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희망은 준비하는 자의 기다림

[데스크라인]희망은 준비하는 자의 기다림

지난해처럼 송년회 분위기가 처진 적이 있었나 싶다. 횟수도 회차도 모두 줄었다. 송년회 분위기가 새해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면 올해는 역대 최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좋은 일이 없다는 '사실'보다 좋은 일이 없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송년회 분위기를 관통했다. 희망보다 절망이 없기를 바라는 듯 했다.

현실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고, 새해라고 상황이 좋게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이 출발했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무엇 하나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위기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지 오래됐다.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는지, 어렵지 않은 시기가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당면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도 극복했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했다.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도 이뤘다. 저력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분명한 건 2020년은 안팎의 위기라는 '상수'와 더불어 이전과 다른 혁신이라는 '변수'가 상존하는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변화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후 오랜만에 이통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의미는 각별하다. 통신 기술의 진화를 선도했다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접목돼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며 'AI 국가전략'을 선포했다. 경제와 사회 패러다임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설계도를 마련한 것이다.

AI가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앞서 주요 선진국도 AI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다. 일본은 과거 영화를 되찾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절하해 온 중국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AI 헤게모니 쟁탈 원년이 될 수밖에 없다. 자칫 실기라도 하면 우리는 선도자는커녕 영원한 추격자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AI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AI 전문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CDMA, 초고속인터넷, 5G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추진했다.

AI 국가전략도 이전의 성공 사례는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더해지면 세계 AI 강자로 떠오르고, AI 대도약을 이룰 수 있다.

이해관계자 간 해묵은 밥그릇 싸움으로 인한 불화와 분열, 반목과 갈등은 역동적 에너지를 훼손하는 요소다. 발전과 화합의 DNA로 바꿔야 한다.

새해라는 단어 자체에는 변화가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이뤄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희망은 준비해야 가능하다. 준비 없는 희망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2020년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대도약하는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