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시작됐다. 주요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시무식을 하고 올 한 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때다.
과거 어느 때보다 새해 신년사에서 '위기극복'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우선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렵다. 북·미, 북·중 간 대립 구도도 예상하기 어렵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높지 않다. 대체로 2%대 초반을 예상하지만 2%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망치가 갈수록 하향 추세라는 점도 부담이다.
상반기에는 총선도 있다. 이른바 정치 시즌이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거나 여러 기업에 불리한 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나 산업에 대한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글로벌 경제 상황은 대외 변수여서 개별 국가나 기업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자체 노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부존자원이 많아서 가만히 있어도 부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혁신적인 새로운 도전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법밖에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선제적 투자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도 대체로 같은 맥락이다. 표현은 일부 다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의 전통과 자산에다 창의성과 혁신성을 접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 등 미래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실행하는 실천”을 강조했다. 시장에 감동을 줄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기업보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가 더 시급해 보인다.
최근의 기술 동향은 너무 빨리 변한다. 잠시도 한 눈을 팔 여유가 없다. 작은 실기에도 바로 뒤처지고 마는 때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많이 놓쳤다. 해외에선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차량공유, 원격의료, 드론 등 분야에서 우리는 철저히 발목을 잡혔다. 이해 관계 조정, 정부의 조율이라며 시간을 끄는 동안 해외 경쟁자들은 훌쩍 앞서 가고 있다.
'규제가 난무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산업계는 다양한 규제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변화에 우호적인 국민, 최고의 통신 인프라,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회사 보유 등 장점이 많음에도 새 산업에서 과실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한 해 내내 업계가 요구해 온 '데이터 3법'은 결국 지난해 국회를 통과되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 지연으로 인해 바이오·헬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12개 신산업의 발목이 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사업 출현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기업의 노력이 쓸모 없게 될 우려가 크다.
'부진즉퇴(不進則退)'라 했다. 나아가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을 위해 혁신해야 하는 주체는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더 많이 변해야 한다. 낡은 규제는 빨리 제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기업을 키워야 미래가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