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됐다. 달라진 산업 구조와 소비 행태가 가져온 일자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지난해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연설한 내용 가운데 부진한 성과를 인정한 대목이다. 연설 대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나름대로 문 대통령이 안팎의 목소리를 담아 부족한 부분을 밝힌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 지난 2017년 5월 취임했다. 당시 온전한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취임 첫 해를 보냈다. 그렇기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2018년이 자신의 정책 구상을 제 궤도에 올린 사실상 첫 해였다. 알다시피 에너지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한 정책이 잇따랐다.
이 같은 2018년을 보내고 내놓은 것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연설이다. 그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정책을 통해 가계 실질소득을 늘리고, 의료·보육·통신 등 필수 생계비를 줄이고, 혁신 성장과 공정경제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급격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과 모자람이 드러났다. 부작용과 모자람의 결과는 문 대통령이 지적한 그대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정부는 시장 목소리를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정했고, (아직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보완 입법도 추진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AI 정부'를 선포하며 국가 전략을 마련했고, 일본의 예기치 못한 공세 속에 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 대책을 수립했다.
그래서일까.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내놓은 2020년 신년사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다.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 “가계소득이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등 긍정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우리 경제의 걸림돌과 관련해서는 “무역 갈등, 지정학적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다” 등 정책보다 대내외 구조적 요인을 원인으로 들며 경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신년사 직후 정치권에서는 제1 야당 원내대표로부터 “제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는 원색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를 상대로 신년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보다 앞서 신년사에서 밝힌 올해 국정 운영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정책 질의에 답하는 자리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언급하기 바란다. 그저 공격용으로, 정책 실패론으로 몰고 가기 위함이 아니다. 미흡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곧 해당 분야에 대한 정책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야 1년 뒤 2021년 신년사에서는 또 다른 성과를 현 정부의 공으로 내세울 수 있다.
총선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불씨 하나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경제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문제다.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 냉정히 평가하고 분석해서 개선책을 내놓는 2020년이 되길 바란다.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