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잘 몰라. 바이오 투자는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주변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소액투자자'의 변명이다. 자신의 언행이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 '원래 그렇다' '예전부터 그랬다'라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국내 수많은 산업 가운데 유독 '바이오' 산업군에 대한 깜깜이 투자는 두드러진다. 신약 개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1상, 2상, 3상 단계로 이어지는 것도 모르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다. A 제약업체 기업홍보(IR) 담당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신약은 언제 출시되나요?”라는 문의 전화를 받는다. 해당 기업의 신약은 이제 임상 1상을 마쳤다. 신약 출시까지는 최소 5년, 길게 1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하지만 모든 잘못을 투자자 몫으로 돌리기엔 꺼림칙하다. 바이오 기업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투명하고 친절하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에 투자하는 수많은 투자자, 주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다. 그러나 이른바 뜬다는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
새해 바이오 시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2020'으로 뜨거웠다. 세계적인 IR 행사로 대규모 기술 수출,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성과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행사장 밖에는 디스플레이를 설치, 주가 변동을 나타낼 정도다.
국내에서도 관심은 JP모건 행사에 쏠렸다. 행사를 기획하는 JP모건이 유망 기업을 초청하는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행사에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바이오 기업은 수많은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행사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은 많지 않다. 메인발표를 진행한 대부분의 국내 기업조차 홈페이지에 뉴스 보도 일부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행사 발표 자료 등은 없었다.
무지한 바이오 투자가 잘못된 것처럼 기업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음을 반성해야 한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투자자도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