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과 스마일게이트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이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전 세계 개발자를 상대로 노조설립 과정과 성과를 소개한다. 국내 게임사가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BM)이 아닌 주제로 GDC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미국 게임 개발자 노조 설립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3일 GDC에 따르면 두 지회장은 스타팅포인트와 SG길드 설립 과정과 성과를 소개한다. 게임 개발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환경 이야기를 나눈다. 각국 근로환경 차이점과 유사점을 공유하고 앞으로 게임산업 노동자를 한데 묶으려는 계획을 논의한다. 영국과 핀란드, 스웨덴 노동자연합 인사와 함께 참석한다.
GDC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매년 2~3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다. 게임사업 혁신과 미래는 모두 GDC에서 나온다고 해도 무방한 최고 권위 행사다. 올해는 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두 지회장이 패널로 참석하는 건 세계적으로 게임사 노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노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노조가 활성화된 북유럽이나 프랑스에서도 소수만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시장규모가 큰 미국 역시 인접 산별노조에 게임 개발자가 일부 소속된 형태가 대부분이다. 게임 개발자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운동 연구자들은 한국 게임 업계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가 없던 한국은 설립 후 빠르게 성장했다. 넥슨 노조는 설립 1년 만에 1500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가입시켰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같은 성과도 이뤘다.
배 지회장은 “노조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게임개발자 꿈의 무대인 GDC에 한국 게임산업 대표자로서 참석하는 건 영광”이라며 “한국 게임산업의 현재 상태와 변화시킨 부분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노조 활동 사례는 최근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게임 노조 설립에 새로운 영감과 시선을 제공할 전망이다.
GDC2019 때 진행한 설문 따르면 게임 전문가 4000명 중 47%가 노조 설립을 원했다. 반대는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발자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산업 규모가 워낙 크고 이직이 자유로운 탓이다.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인 영화, 미디어, 스포츠 선수 노조의 영향력과 대비된다.
그러는 동안 블리자드, EA, 락스타 등에서 잦은 추가 근무와 자유로운 해고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바이오웨어, 에픽게임즈, 네더랠름은 크런치 이슈로 홍역을 치렀다. 또 너티독과 퀀틱 드림에서는 성희롱, 인종차별 이슈가 불거졌고 라이엇게임즈는 성차별과 '회사 소송 불가'조항 등으로 문제를 겪었다. 게임 개발자 권익을 표출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2020년 미국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버니 샌더스도 게임업계 노조 설립을 지지하고 나섰다. 430억 달러 수익을 올린 산업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해 교섭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 리즈 슐러 미국 노동총연맹 산별노조협의회(AFL-CIO) 사무총장도 노동조합 결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게임산업 매출규모가 영화산업에 3.6배가량 되는데도 기업이 거둔 이익에 비해 산업 종사자 권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