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 대비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좌우할 모델인 만큼 제품 완성도에 정성이 담겼다. 여러 동급 최초 기능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디자인과 설계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맡았고 부평공장에서 6년 만에 생산되는 신차다. 해외로도 수출될 예정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시승한 차량은 트레이블레이저 기본 트림 3개(LS, LT, 프리미어)와 차별화된 상위 트림 액티브, 랠리스포츠(RS) 중 액티브다.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도 김포까지 약 90㎞를 달렸다.
트레이블레이저는 전면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쉐보레 스포츠카 '카마로'와 흡사한 전면 디자인은 젊은층의 구매욕을 자극할만했다. 주간주행등(DRL)과 헤드라이트를 분리해 스포티한 미래차 느낌을 강하게 살렸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림별로 디자인이 다른데 액티브는 전면에 X자 형상의 프로텍터 디자인이 적용돼 SUV 특유의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뽐낸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SUV지만 차체가 컸다. 액티브 기준 차체 크기는 전장 4425㎜, 전폭 1810㎜, 전고 1660㎜, 휠베이스 2640㎜다. 전고를 여유롭게 확보해 탑승 시 헤드룸 여유가 있었다.
한국지엠이 트레일블레이저에 동급 최초로 적용한 파노라마 선루프도 매력적이다. 소형 SUV 특성상 2열 탑승 시 답답할 수 있지만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확보했다. 차체가 커 2열 탑승 공간도 충분히 확보됐으며 열선 기능도 지원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터프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사실 트레일블레이저 심장은 1.35ℓ 가솔린 E-터보 엔진이다. 첨단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기술을 적용해 크기를 줄였지만 효율을 극대화한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지 않고도 강한 힘을 뿜어냈다. 이는 E-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시너지를 내면서 고속주행으로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부드러운 주행을 즐기는 탓에 시승하면서 조심스레 액셀러레이터를 조작했다. 차가 온전히 지배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고속주행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체감상 크지 않았다. 한국지엠이 트레일블레이저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다.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을 상쇄할 주파수를 발생시켜 운전자 귀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 원리다. 고가 차량과 비교하면 노음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동급 차량에서는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통통 튀는 주행감도 느껴졌다.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 트림에 적용된 스포츠 터레인 타이어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중을 잘 버텨주는 타이어 특징을 고려할 때 SUV 특성을 살리는데 긍정적이다.
복합연비는 13.2㎞/ℓ로 동급 최고다. 한국지엠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중이 큰 부분을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을 무게를 덜어내 고강성 경량화 차체를 만들어낸 결과다.
내비게이션, 차량속도 등 주행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컴바이너 타입이다. 사용자 필요에 따라 활성화하지 않고 접어둘 수도 있다. 컴바이너 타입 특성상 경계선이 주행 시 신경이 빼앗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승을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어 트레일블레이저 무선충전 기능도 활용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지원한다. 구글 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오토는 추후 지원될 예정이기에 테스트는 하지 못했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렁크 용량은 460ℓ다. 한국지엠은 2단 러기지 플로어를 적용해 트렁크 바닥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6대4 비율로 풀 폴딩되는 2열을 접을 시 트렁크 용량은 최대 1470리터로 늘어난다.
트렁크는 손을 쓰지 않고 열 수 있다. 차량 후면 하단에 조명 형태로 비치는 브랜드 트레이드마크 보타이에 발을 가져다 대면 트렁크가 열린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양손에 무거운 짐이 있을 때 유용한 편의 기능이다.
가격은 △LS 1995만원 △LT 222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랠리스포츠 2620만원이다. 이전과 달리 경쟁사를 고려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트림별 디자인을 다르게 적용한 데 일부 우려가 있어 보인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지만 최하 트림 디자인이 인기가 적을 경우 심리적 시작가를 높여 오히려 한국지엠에 '독'이 될 수 있다. 개인 취향이지만 LT·LT·프리미어보다 액티브, 랠리스포츠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