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2조원 이상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총 4조원대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약 절반을 두 개 종목에서 판 셈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예상되는 등 실물시장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출하량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한 주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1조6128억원(28만5700주) 어치, SK하이닉스 5100억원(5만4042주) 어치를 순매도해 두 종목에서만 2조1228억원이 빠져나갔다.
뒤를 이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KODEX200과 TIGER200은 각각 3866억원, 281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우선주도 1523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조928억원, 코스닥에서 1174억원을 순매도해 총 4조2102억원을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순매도 금액의 약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전기·전자 업종 수익률도 하락했다.
이 기간 업종별 기간수익률을 살펴보면 전기가스업 -17.24%, 의료정밀 -14.11%, 종이·목재 -13.27%, 화학 -10.12%, 전기전자 -10.25% 순으로 낮았다.
이 중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가장 큰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 업종이었다. 전기·전자 업종에는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부품 기업이 포함된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전기·전자 업종에서 2조308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간수익률이 가장 낮은 전기·가스업에서 76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이 빠져나간 전기·전자 업종은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에서 이처럼 반도체 기업 자금이 대규모 빠져나간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거래 부진이 시작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1분기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급락했다. 이 지수는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를 종합해 발표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월 중순까지 이렇다 할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팬데믹 우려까지 나오면서 19일 지수가 1979.50 포인트에서 28일 1708.01까지 떨어져 약 13.7%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가 수출과 내수 모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업일수로 조정한 일평균 수출은 2월 1~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대비 9.3% 줄었고 대중국 일평균 수출은 22.3% 감소했다.
반도체 일평균 수출이 전년대비 6.9% 감소했다. 1월에는 일평균 8.7% 증가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생산이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표. 2월 24~28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자료=한국거래소)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