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를 단순하게 두 가지 계층으로 쪼갠다면 게이머와 비게이머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매우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게임 플레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게임과 산업 양쪽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 교집합을 형성한다. 게이머와 비게이머 양측 감성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이 덕분에 현장을 다니다 보면 게임을 대하는 시각에서 게이머와 비게이머 간 온도 차를 더 강하게 경험한다. 정책과 법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오랜 시간 각계의 의견을 모으며 정책을 세우는 사람에게 가슴 아픈 이야기겠지만 게이머는 그들을 “게임도 모르고 감투나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국내법을 무시하는 중국 게임사나 플랫폼사처럼 여긴다. 당사자가 아니어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확률형아이템이 대표적이다. 매출이 얼마인지, 수출액이 얼마인지에 집중하는 비게이머와 일상 접촉 콘텐츠로 판단하는 게이머 간 시선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게임법 전부개정안에는 정부의 자율규제 지원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구성한 협의체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자율규제로 바뀌는 세계 추세를 고려했다.
게이머는 확률형아이템 자체를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 데 대해 의문을 표한다. 확률형아이템 일변도의 게임을 뽑아내는 업계에는 불신의 눈빛을 보낸다. 확률 공개와 같은 눈속임 말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원했다. 매출 때문에 자정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기대했다. 시장 논리에 반하고 감정이 섞여 있지만 그만큼 지친 게이머의 감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 옆에서 본 기자로서는 그 열정이 폄훼되는 게 가슴 아프다. 반면에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는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정책에 이용자 의견을 수렴할 수도 없지만 수렴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게임은 이용자와의 접촉면이 넓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정책과 법이 이용자에게 체감된다.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산업계가 박수를 칠 만한 내용이 담기길 기대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