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신임 한국전지산업협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부상한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최대 현안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 합의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태계 복원 등 당면 과제부터 입김을 낼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10일 한국전지산업협회 제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 3년이다.
전 회장은 배터리 및 관련 소재 회원사들을 대표한다. 주요 회원사에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배터리 3사가 포함돼 있다.
전 회장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 합의에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에선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 간 분열로 중국 등 경쟁국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 회장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적격자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역임, 반도체 초격차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 양 사가 원만히 합의해 단결할 필요성과 명분 등을 제시할 수 있다.
LG화학과 SK이노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침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는 지난달 14일 ITC로부터 조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 회장은 삼성SDI 체질을 조기 개선하는 등 추진력 있는 분”이라면서 “이런 능력에 비춰볼 때 단기 현안인 양 사 합의를 협회 차원에서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연이은 화재사고로 붕괴된 국내 ESS 생태계 복원에도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ESS 화재가 이어지자 삼성SDI 차원에서 안정성 강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등 관련 사안에 적극 대처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S 관련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사실상 모두 끊긴 상황”이라면서 “관련 생태계가 고사 직전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회장도 배터리 업계 애로 해소에 적극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전지산업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세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회가 능동, 선제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성장동력 강화와 산업 체질 개선, 발전 기반 확충 등 3대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소재 국산화와 차세대 전지 기술 확보에 나서고, ESS 산업 복원 등 건강한 이차전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LG화학·SK이노 소송전 중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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