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발전과 콘텐츠 개발 경험이 쌓임에 따라 'VR게임 법칙'이 바뀐다. 가볍고 선이 없는 차세대 HMD가 B2C VR게임 대중화를 예고했다. 소규모 게임사와 중국 진출을 노리는 게임업체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VR HMD가 다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세대 HMD보다 가볍고 성능이 좋다. 일정 부분 선 연결에서도 자유롭다.
1세대 카드보드형 VR △2세대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소니 PSVR, 삼성 기어VR, 구글 데이드림 △3세대 오큘러스 리프트S, 윈도 MR, 밸브 인덱스, HTC 바이브 프로, 오큘러스 고, 오큘러스 퀘스트에 이은 차세대 HMD로 분류된다.
HP는 마이크로소프트, 밸브와 손잡고 '리버브 G2'를 개발한다. 최근 외관 티저를 공개했다. 전작 리버브 프로 433g보다 더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 2세대 HTC 바이브가 1017g인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감량이다.
HP는 '성능에 타협 없는' VR HMD로 포지셔닝 했다. 밸브 신작 VR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 플레이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고성능 기기로 알려졌다.
최근 시판에 들어간 HTC 바이브 코스모스는 무선 어댑터를 지원해 케이블 없는 무선 VR 환경을 구현한다. 외부 장치 없이 룸스케일을 구현한다. HTC는 코스모스 보급형 버전인 플레이와 독립형 구동 버전인 XR도 출시할 예정이다. 소니는 두 번째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준비 중이다. 무선 기술을 도입한다.
차세대 하드웨어가 예고됨에 따라 VR게임 산업계 기대가 커진다. 하드웨어 발전이 콘텐츠 판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오큘러스 퀘스트가 출시된 이후 좀처럼 확산되지 않던 VR 보급이 가속됐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6자유(DoF, 롤·피치·요 3축과 상하 좌우 앞뒤의 수평이동 3축)를 지원하는 독립형 VR HMD다. 선 연결이 필요 없다. 외부 센서 없이도 룸스케일을 지원해 사용이 편리하다.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출시 이후부터 2019년 말까지 오큘러스 스토어 VR 소프트웨어 판매금액은 1억달러(약 1210억원)다. 이중 2000만달러(약 242억원)가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 이후 발생했다. 선과 무게가 VR 사용 경험에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2년 VR 시장이 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VR게임 시장 성장은 소규모 게임사에게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VR 게임 상위 매출 100개 타이틀 중 최상위권에 있는 타이틀 대부분은 소규모 개발사 게임이다. 100만달러 이상을 번 '비트세이버' '파이브 엣 나이츠 프레디VR' '본웍스' '블러드 앤 트루스' '아스가르드의 분노' 모두 인디게임사 작품이다. 대형 게임사가 진입하지 않아 마케팅 비중이 낮은 덕이다.
VR게임을 통한 중국 진출 전략 수립도 가능하다. VR게임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판호를 발급받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분석한 중국 VR시장 규모는 9조3000억원 규모다.
국내 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와이제이엠게임즈, 원이멀스, 드래곤플라이, 써틴스플로우, 스마일게이트 등이 중국에서 VR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 화웨이 글라스 등 가벼운 기기가 보급되면서 B2C 콘텐츠가 보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2020년은 1세대 VR이 시작된 2016년에 이은 두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