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일상 생활은 물론 일하는 방식, 교육, 채용 등 전 분야에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재택 근무는 물론 온라인 개학, 영상 면접 등 이전에는 생소하던 게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비대면(Untact)이라는 화두를 던진 게 분명하다.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건 아니다. 쇼핑(온라인)과 금융(모바일) 분야에서 비대면은 친숙하다.
비대면이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코로나19로 경험이 축적되며 익숙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수습되더라도 비대면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금융 등 경험에 비춰 보면 비대면에 익숙지 못하면 시간과 비용은 물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19로 건강과 의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질병에 대한 예방은 물론 조기 진단 욕구도 커지고 있다. 비대면의 장점을 만끽하고 편의를 체감하는 2030 등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의료 수요도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 비대면, 이른바 원격진료는 난공불락이다. 20년 동안 논의를 지속했지만 구체화하지 못했다. 원격진료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통신망이 연결된 의료장비를 활용해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다.
코로나19로 2월 말부터 의사가 환자와 전화로 상담, 처방하는 게 한시적으로 허용됐을 뿐이다. 완전한 원격진료는 아니다.
20년 동안 반복된 원격진료에 대한 찬성이든 반대이든 설득력이 있고 타당성도 있다. 그러나 기존 찬반론을 재론해 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은 더 이상 낯선 게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원격진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구비한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뛰어난 의료 역량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가 된 요인 가운데 진단과 치료 등 의료진의 의료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지연 없이 전송돼야 한다. 5세대(5G) 통신이어야 초고속·초저지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보다 ICT 인프라가 비교 열위에 있는 미국·일본·중국이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깝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원격진료는 유망 분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낙후되고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비대면이라는 뉴노멀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관행과 절차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코로나19는 현재의 변화는 물론 미래를 시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5G 등 압도적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건 사회적 낭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비대면이 일상이 되는 이전과 다른 시대가 임박했다. 비대면에 익숙한 세대가 증가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은 시간문제다. 이전과 다른 시대인 만큼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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