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통신사가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 회선을 독점한 집합건물로 이주할 경우 이용자 위약금을 100% 면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구내회선 등 단체 서비스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에 귀책 사유가 없는 위약금을 해소하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사각지대 점검과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피스텔, 원룸, 빌라, 아파트 등 '건물주와 특정사업자 간 단독계약 집합건물에 대한 할인반환금(위약금) 제도 개선방안'을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새로운 건물로 이사할 때 특정 통신사 독점으로 불가피하게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 등 기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용자 위약금을 면제했다. 기존 통신사와 신규 통신사가 위약금을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건물주가 특정 통신사 회선 구축을 넘어 본인 명의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까지 단체로 계약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회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 가입자 A씨는 KT 회선 독점 건물의 원룸으로 이사한 이후 SK브로드밴드에 위약금 전액 반환을 신청했지만 50%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가 이사한 건물의 경우 건물주가 구내회선 형태로 통신사와 건물 전체에 대해 계약하고 교환기를 설치, 인터넷·유료방송 사용료를 관리비 명목으로 받고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A씨가 초고속인터넷 명의자가 될 수 없어 서비스 이동이 불가능하고, 기존 통신사에 단순 해지 개념이 적용돼 50%만 위약금이 할인된다.
A씨는 19일 “제도가 개선된 줄 알고 위약금 100% 반환을 신청했는데 50%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면서 “통신사 회선이 없어 해지하는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또 신축 건물의 경우 건물관리단이 개별 가구 인터넷 서비스를 통신사와 일괄 계약하고, 입주자에게는 관리비 명목으로 청구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기숙사·관사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우 서비스 가입자가 건물관리단이어서 서비스 이동 개념 적용이 어렵다.
위약금 면제 제도는 방통위가 사업자 협조를 바탕으로 이용자 피해를 개선한 중요 성과물이다. 결과적으로 해지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일부 미비점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방통위와 통신사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반 건물주에게는 전기통신사업상 공정거래 등 준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 난제다.
방통위는 건축법에 의거해 신축 건물은 전기통신회선 2개 이상 사용 의무화 등 제도가 필요하다며 검토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의 협조가 필수다. 관리비 명목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용료를 받는 관행과 관련해서도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주택관리법 등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명의자를 구분하기 어렵더라도 불가피한 해지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체 계약한 통신사가 소비자 위약금을 대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입자 명의 문제 때문에 위약금 면제 제도를 피해 가는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통신사·유료방송사와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부는 방통위 권한에서 벗어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