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시 반도체다

[사설]역시 반도체다

SK하이닉스가 코로나19 사태를 무색케 했다. 올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영업 실적을 거뒀다. 연결 기준으로 1분기에 매출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 순이익 6491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4%, 239% 늘었다.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5276억원을 51.7% 상회했다. SK 측은 “서버용 제품 판매가 증가하고 수율 향상, 원가 절감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2분기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기점으로 모바일 제품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고 2분기 이후 개인용컴퓨터(PC)용 메모리 제품 주문량이 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2분기와 3분기 SK 영업이익도 각각 1조원, 2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특히 1분기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 우리 경제에 등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기술·규모 면에서 턱밑까지 쫓아 왔다.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중국 반도체 생산과 수입 모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 늘었다. 이미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2025년까지 1조위안을 투입,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기술 격차도 1년으로 줄었다.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1, 2년 사이에 중국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아직은 시장 점유율과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추격 속도에 비춰 볼 때 조만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원 정책을 더욱 적극 펼쳐야 한다. 설비와 연구개발(R&D)에 보이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주고 해외 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반도체 인력 양성을 포함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등 인프라 측면을 보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반도체는 사실상 제조업의 마지막 보루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정말 국내 제조업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