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지난 3년을 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진했다면 남은 2년간은 '경제'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그간 진보정권의 발목을 잡아온 '경제 실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현 정부 역시 급격한 경제·노동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며 경제·산업계의 반발을 샀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도 심화하면서 안팎으로 여건이 좋지 않다.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경제의 구원투수는 '디지털'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다. 문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뉴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반기 국정 키워드는 경제 정책의 '디지털' 접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된 위기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탓에 '적폐청산' '촛불혁명' 등 정치적 어젠다가 중심이 됐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다. 민생도 어렵다. 일자리부터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도 설치했다.
그러나 '재벌개혁' '정경유착 타파'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을 경제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 경제 활성화 효과를 일으키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활력은 겹겹이 쌓인 규제로 인해 현장 체감 효과가 미미했다. 적극 재정으로 체감 경기 활성화를 노렸으나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났다.
올해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남은 임기 후반기 2년은 경제 활력을 두고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경제 전시상황'이 돼 버렸다.
◇'디지털'로 패러다임 전환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에서 보인 성과를 경제 분야로 옮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언급한 '한국판 뉴딜'이 그 첫 번째 과제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 '디지털 뉴딜'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서 찬사를 받는 것은 앞선 의료·과학기술의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국내외적으론 경제 운영방식이나 작동원리 등이 바뀔 것”이라며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할 한국판 뉴딜을 통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디지털 중심의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방향과 구상, 모델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 정부 국정철학과 밀접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분야의 디지털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빨라지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어떻게 보면 좋은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우리 경제의 신뢰사회 구축 역시 디지털화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관이 함께 해야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한다.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따라가는 과거 구조를 탈피해 정부와 민간이 데이터·기술·플랫폼 등을 공유하며 협업 시너지를 내야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IT를 통해 공동 대응해 방역 부문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코로나맵, 진단시약, 백신개발 등이 대표 사례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분야별로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를 찾고 있다. 민간의 좋은 플랫폼, 기술, 서비스 등을 발굴해 정부가 날개를 달아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 역시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홍구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 회장은 “SW는 원격의료·원격교육 등 비대면 산업의 핵심”이라며 “문 대통령이 언급한 IT 기반 대형프로젝트 등에서 기업이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다.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달라는 의견도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외교채널 등을 통해 현지 정부와 협조,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진출)을 촉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영업이 늘어나면서 겪는 어려움을 정부 차원에서 해소해달라는 목소리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공동취재 김지선·윤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