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2030년 한국 인공지능(AI) 도입 수준이 54%에 이르고 경제 가치는 약 5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입 수준을 10% 더 높일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6% 추가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AI를 모든 산업에 융합해 지능화하는 'AI 연관산업' 육성이 경제성장 핵심 관건이라는 것이다.
AI 연관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제조, 조선, 의료, 자동차 등 우리 강점 산업 중심으로 AI를 빠르게 융합시키는 대규모 전략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에 AI, ICT를 융합하는 다양한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디지털 헬스'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주요 질병을 개인 특성에 맞게 진단하는 AI 기반 지능형 의료 소프트웨어(SW) '닥터앤서', AI와 5세대(5G) 이동통신을 융합한 'AI 기반 응급의료시스템' 등이 디지털 헬스 시장을 개척한 좋은 사례다. 디지털 헬스는 2018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 1420억달러에서 연평균 21.1% 성장, 1651억달러 규모 메모리 반도체를 2~3년 안에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 기조가 모든 산업에 확산하고 있어 AI, 5G,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클라우드 등 ICT를 활용한 비대면·비접촉 의료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디지털 헬스는 우리 경제에 메모리 반도체를 능가하는 새로운 신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으로 있어 온 조선도 AI 융합을 통해 변혁이 가능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ICT 융합 Industry 4.0S' 프로젝트 사례를 보면 AI와 ICT를 선박건조, 안전관리, 유지관리 등에 도입해 사업 기간 4년 동안 물류 조달 최적화에서 연간 408억원 편익, 품질관리비용 연간 100억원 절감, 2차원(2D) 도면 작업 시간 90% 감소 등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향후 AI 기반 자율운항선박, 한국형 스마트야드, 미래 친환경선박 개발 등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조선 산업 생태계를 변혁시키고, 나아가 글로벌 조선 시장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별 AI 융합만큼 '지역별 AI 거점' 마련도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한 AI 산업단지와 기술연구 클러스터를 곳곳에 조성, AI 연관산업을 동시다발로 육성할 수 있는 거점을 의미한다. 올해 첫발을 뗀 '광주 AI 집적단지'는 자동차·에너지·헬스케어 분야와 AI의 융합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실증-창업을 한 곳에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 지역 특화산업 기반의 AI 집적단지를 조성해 반도체, ICT, 제조업 등과 AI 융합을 속도감 있게 지원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성장동력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매킨지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AI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 중국, 일본보다도 훨씬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제조업 기술력,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우수한 인력 등 AI 연관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 활용해 우리의 강점 산업에 AI를 속도감 있게 융합시켜 제2, 제3의 반도체·스마트폰·조선·철강 신화를 써 나가야 한다. 모바일 시대에는 추격자였다면 AI 시대에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 AI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굴과 과감한 투자, AI 가속 성장 생태계 구축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cykim@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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