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개 밴(VAN)사와 롯데카드 간 법정 분쟁에서 법원이 롯데카드 손을 들어줬다.
롯데카드가 불공정 계약을 강행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밴사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밴업계는 롯데카드가 전체 가맹점의 50%를 사전 상의 없이 직매입(EDC) 방식으로 전환, 대행 수수료를 깎는 행위를 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충정을 법률 대리인으로 위임하고, 카드사 직매입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11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롯데카드를 대상으로 불공정계약 소송을 제기한 국내 밴사의 1심 소송에서 “(롯데카드의 행위가) 불공정 계약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기각)을 내렸다.
법원은 밴업계가 제기한 매입청구 대행 업무를 위탁 업무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양측 간 계약서에 근거해 분리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롯데카드가 도입한 EDC 방식은 신용카드 결제 승인 시 밴사가 대행하는 매입 단계 등을 없애고 승인 데이터만을 근거로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결제 과정에서 밴사의 핵심 대행 업무를 제외하는 방식이다.
그럴 경우 밴사는 매입 대행 업무 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롯데카드에 이어 다른 카드사도 EDC 방식을 도입할 수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밴업계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판결에 따라 롯데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가 EDC 방식을 대거 채택하면 밴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작용했다.
주요 카드사도 롯데카드의 법원 판결에 따라 EDC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법원의 1차 판결에 대해 밴업계는 법원이 제시한 계약서 내용은 롯데카드와 맺은 이면계약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거래 승인 대행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표 매입 대행비 등은 통상 서비스 명목으로 제공하는 벌크 방식의 계약서를 작성해 왔다”면서 “서로 상생관계이고, 관행으로 해 온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밴업계는 롯데카드가 법원 1심 판결이 있기 바로 전에도 한 차례 전체 가맹점의 50%를 직매입으로 변경하고, 이후 100%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밴업계는 1차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갑질 행위 등을 이유로 제소를 검토하는 한편 정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차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카드사의 EDC 전환이 우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다른 카드사들도 EDC 전환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와 상생관계를 유지해 온 밴업계는 사면초가에 놓일 처지다.
밴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맹점 폐업이 늘자 롯데카드는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EDC 재전환을 통보했다”면서 “2차 소송을 즉각 준비, 비상식적인 카드사의 편법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계약서에 근거한 대행업무 분리가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카드사와 밴사 모두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상생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용어설명
EDC(Electronic Data Capture)-신용카드 거래 승인 시 매입 단계를 거치지 않고 승인 데이터만을 근거로 카드사가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
12개 밴사 소송, 1심서 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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