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시 중국 옥죄기에 나섰다.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고강도 무역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자국 소프트웨어(SW)·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수출할 때는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수출 규제 개정안을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는 즉각 반발하며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잠잠하던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포문을 연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맞붙음에 따라 불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제재에 따른 국내 영향과 관련해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G2 패권 경쟁으로 애꿎은 우리 반도체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예상보다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화웨이의 대표 공급 품목인 메모리에는 미국 기술이 탑재되지 않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사실상 영향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미국도 메모리 보다는 시스템 반도체 쪽을 겨냥한 조치여서 우리 업체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다소 긍정 어린 해석이다.
상황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세부 개정안 내용은 물론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미국의 속내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실현 가능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파장의 경중을 떠나 미국과 중국이 다시 힘겨루기에 나섰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당장 대선을 앞둔 상황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봤을 때 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예상할 수 있다. 중국도 상무부 발언을 놓고 볼 때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강대강 대립이 불가피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득 될 게 없다. 기업은 당연히 사태를 예의주시하겠지만 정부도 긴장해야 한다. 슬기롭게 넘길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세워 놔야 한다. 철저한 준비만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