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8>익숙함에서 찾는 혁신

데자뷔. 프랑스어로 '이미 본 것' '기시감'이란 의미다. 마치 경험해 본 적 있는 어떤 장소나 사건처럼 느낄 때 쓴다. 반대말은 미시감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처럼 새롭고 낯선 느낌을 말한다.

혁신이란 문제를 놓고 시각은 대개 둘로 나뉜다. 갈수록 더 흔해질 거란 생각과 그 반대 생각이다. 어쩌면 둘 다 정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질문을 놓고 '브레이크스루 아이디어'의 저자 워런 버거는 혁신이란 익숙한 상황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에게 혁신을 위해 기업이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근시안에 대한 고백이다.

실상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이 좇고 있는 것과 같은 기회를 좇고, 다른 모든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과 같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경쟁 기업이 못 보는 무언가를 당신은 보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다른 사례도 있다.

매스뮤추얼은 젊은 고객을 생각했다. 문제는 이 젊은 고객군에게 종신보험을 판다는 건 업계에서도 악명 높은 '난제'였다. 관행이란 맞춤 상품을 설계해서 내놓고는 열심히 홍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이면 백이 얼마 뒤 손을 들기 마련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혀 다른 방법을 써 보기로 한다. '설득' 대신 '설명'하자는 것이다. 2014년 '사회인 클럽'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사회생활을 한다면 알아둘 법한 주제로 과정을 꾸몄다. 최첨단 재무관리 방법부터 연금설계, 현명한 와인 고르기까지 포함됐다. 질문이 생기면 어드바이저를 소개한다. 종신보험에 관심 없고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젊은 고객군은 업계에서 잘 알던 문제였다. 단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기업은 매스뮤추얼이 처음이었다.

네스트도 이 같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흔한 일상을 매혹적인 것으로 바꿔 놓는다. 경영잡지에서 온도조절기가 이리 흔한 주제가 되기도 싶지 않다. 어느 사용 후기는 다음과 같다. “백라이트 화면이 켜진다. 이젠 온도가 얼마인지 보려고 돋보기에 손전등을 켜야 할 일이 없다. 온도는 휴대폰으로 조절된다. 침대에 누운 채로, 아니 로마에서라도 가능하다. 심지어 원하는 온도까지 올리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디자인, 정말 멋지기 그지없다.” 이 고객은 왜, 누군가, 진작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후기를 끝낸다.

일상에서 새로운 눈으로 혁신한 사례는 끝도 없다. 잭 도시는 뭉툭한 카드리더를 보며 의아해 했다. 왜 이것만큼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을까. 어떠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꽂아 쓸 수 있는 '스퀘어' 카드리더는 이렇게 세상에 나온다.

버거는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을 끌어들인다. 여기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칼린의 유명한 코미디 가운데 '뷔자 데(Vuja De)'라는 것이 있다. 칼린은 무대에 나와 마치 이상한 기분이란 표정으로 말한다. “대체 이건 무슨 느낌이죠. 이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 이상한 느낌이란.” 실상 반복되는 일상을 비꼰 것이다.

데자뷔 또는 뷔자데. 어쩌면 둘 다 실상은 아니다. 전생에 겪어 본 적도 지금 생에 처음 겪는 일도 없다. 그 대신 버거는 익숙함에서 찾는 혁신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실상 혁신의 태반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왜 이 생각을 아무도 못했지”란 데자뷔로 우리를 매번 이끈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8>익숙함에서 찾는 혁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