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충돌

차량공유부터 숙박, 부동산 정보, 배달대행, 성형미용, 주차장 공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개인이 고유 단말기(보통 스마트폰)를 갖게 됐다. 전국 어디에서든 연결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O2O가 나타날 기반이 되고 있다.

소비자는 더욱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다. 정부도 다양한 온라인 기반의 신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데스크라인]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충돌

문제는 이 같은 다양한 시도가 전통산업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O2O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모바일로 연계해 거래 규모를 늘리고 여기서 일정 부분을 수수료 형태로 받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것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기존 사업자는 내 몫이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타다와 택시업계 간 대립, 원격의료와 의사 간 충돌, 숙박업계와 여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간 갈등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짙다.

그동안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O2O라는 것은 극히 드물다. 결국은 아이디어형 신산업과 기존 전통산업 간 충돌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익 분배에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신산업과 전통산업 주체 간 자율적 역할 분담이 어렵다. 결국 충돌하는 두 사업군 간 대립은 정부나 국회가 조정해야 할 것이다.

앞선 타다 사례처럼 사업 진행 중에 불법으로 지정되는 일은 최악이다. 타다의 좌초는 사업자는 물론 투자사와 고용된 사람에게까지 생채기를 남겼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부터 새로운 시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부터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조율권을 쓰기로 했다면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데스크라인]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충돌

산업계 중론은 대부분의 신산업을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통산업의 피해는 다른 수단으로 보호해 주자는 쪽이다. 신산업의 연착륙 여부를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자는 것. 효용이 높은 서비스라면 성장할 것이고 전통산업 쪽이 더 좋다면 그것이 유지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전통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새 도전을 막아선다면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조율'이라는 미명 아래 시간을 끄는 동안 해외에선 차량공유·원격의료·공유숙박이 크게 성장했다. 세계에서 관련 인프라가 가장 좋고 새로운 것에 저항이 없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신산업 도전자가 해외 사업자보다 더 큰 규제를 받는 일을 정부와 국회가 조장해선 안 된다.

전통산업 쪽은 기득권이 있다. 이미 많은 종사자가 있고, 협회 등 단체를 갖춰 새로운 도전자에 비해 협상력이 앞서 있다.

[데스크라인]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충돌

정부와 국회가 표심과 여론에 휘둘리는 결정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신생 스타트업에는 기회가 차단된다. 또 정부와 국회의 판단은 개별 사업자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향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기업에 기회를 마련해 줄 수도 있고 국내에서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원천 차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처럼 반대로 쓰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성공한 벤처의 등장에 목말라 있다. 향후 유니콘은 대부분 제조업이 아니라 온라인 기반의 아이디어형 기업에서 나올 것이다. 새로운 도전자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장터를 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