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를 대표하는 주요 업체가 의기투합했다. 지난 19일 '한국시스템반도체' 모임을 결성하고 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모임에는 팹리스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업체뿐만 아니라 디자인 하우스, 지식재산권(IP) 개발회사까지 54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했다. 올해 안에 100여개로 회원사를 늘릴 계획이다. 명실공히 시스템반도체 분야 첫 단체가 꾸려진 것이다. 그동안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시대가 다가오면서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유독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그러나 '반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모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분야로 불리는 시스템반도체는 세계 점유율이 채 2%를 넘지 못했다. 반도체 강국이지만 유독 시스템반도체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우리보다 후발 주자인 중국에도 밀리는 분위기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스템반도체를 차세대 분야로 확정하고 대대적 지원을 선언했지만 세계 시장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늦었지만 산업계 중심의 대표 단체가 결성돼 다행이다. 사실 반도체 분야는 대기업 중심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와 막강한 연구개발(R&D) 인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다르다.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이 나서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철저하게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결국 관건은 '생태계 조성'이다. 대기업과 기술기업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책 지원은 절대적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 못지않게 인력 확보에서 과감한 연구개발, 상생 사업 모델까지 종합 생태계가 필요하다. 대기업 역할도 중요하다. 보여 주기 정책이나 생색 내기 지원이 아니라 차세대 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모임은 대정부 창구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위한 세부 방안까지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