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으로 축적된 원격교육 경험이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혁신과 정책 수립 토대가 될 것이다.”
“온라인 지식 전달을 넘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서는 같은 공간에서 대면 수업을 통해 얼굴을 마주 보며 경험하는 소통과 교감이 절실하다.”
앞의 것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2차 대화'에 참석해 원격교육의 가능성을 언급한 말이다. 뒤의 것은 같은 날 유 부총리가 '등교 개학 연기'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하면서 원격수업의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정부 고위 관리가 같은 날, 같은 사안을 두고 내놓은 양면의 발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강제 소환'된 원격수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준다.
올해 1학기를 앞두고 확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의 등교 일정이 미뤄졌다. 처음에는 1~2주 정도 기다리면 될 줄 알았지만 한 달, 두 달 기약 없이 연기됐다. 5월 말이 돼서야 고3을 시작으로 등교 개학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그 사이 원격수업이 빛을 발했다. 595만명에 이르는 전국 초·중·고교생이 가정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원격교육을 받았다. 대학도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접속 대란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빠르게 안정화됐다.
사실 수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전국 원격수업 전환을 한두 달 만에 해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우리 에듀테크의 경쟁력을 보여 준 사례다. K-방역 못지 않은 K-에듀의 가능성을 보였다.
원격수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 부총리가 지적했듯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한 등교수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면 접촉 없이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공동체 의식을 익히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 교육 체계나 국민 정서상 무리한 시도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시나리오이기에 리스크가 크다.
원격수업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 ICT 접근성에 따른 격차가 불가피하다. 도움이 필요한 초등 저학년의 경우 가정에서 부모 등의 지원에 따라 학습효과가 상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학교라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모든 것을 원위치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코로나가 '변수' 아닌 '상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언제 갑자기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모른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렵게 쏘아 올린 원격교육 신호탄을 되돌려선 안 되는 이유다. 원격수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비상 대체 수단을 넘어 기존 교육의 충분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 플립 러닝, 블렌디드 러닝은 물론 전에 없던 새로운 온·오프라인연계(O2O) 교육 기법이 등장할 수 있다.
“오히려 온라인 강의 때 토론이 더욱 활발하더라”는 한 대학교수의 말은 어쩌면 어른 세대는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 교육법에 관한 힌트를 품고 있을 수도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흔하디흔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크다.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원격수업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지금 당장 학교 방역이 힘들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교육체계 재정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