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 있어 중요한 허브입니다. 박막과 패터닝 분야에서 한국 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머크 3대 사업부 중 하나이자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기능성 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카이 베크만 회장은 한국 첨단기술센터(K-ATeC) 개소를 맞아 전자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머크의 중요한 혁신 허브이자 생산 허브로, 머크는 과거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해 왔으며 앞으로도 국내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크는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과학기술 전문기업이다. 바이오, 생명과학, 기능성소재 사업을 3대 축으로 2019년 말 기준 162억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과 밀접해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원천 기술 업체로 널리 알려진 머크지만 회사는 최근 버슘머트리얼즈와 인터몰레큘러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버슘은 반도체용 고순도 화학물질, 특수가스, 전구체 등을 공급하는 소재 기업이고, 인터몰레큘러는 시뮬레이션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 효율화를 추진하는 벤처다. 머크는 양사 인수로 2022년 연간 7500만유로(약 1013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크만 회장은 “인수 이전 버슘은 고성능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전 공정 부문 6개 중 5개를 담당했는데 인수와 통합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6개 핵심 전공정(도핑, 패터닝, 증착, 평탄화, 에칭, 세정)에서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인터몰레큘러가 가진 증착과 검사 역량까지 더해져 머크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서 생기는 고객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최고의 기술 리더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머크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이 베크만 회장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역과 산업 현장 봉쇄로 이어져 전 산업에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태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자산업 전체에 엄중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단일 공급원, 단일 허브, 단일 지역에 대한 집중이나 의존은 물론 지나치게 엄격한 재고 정책은 오히려 공급망에 스트레스를 주고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공급선 다변화와 튼튼한 공급망 구축은 코로나19가 반도체와 전자산업에 주는 교훈 중 하나일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한국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크만 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처 능력은 공중보건이나 산업적 관점 모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 R&D 기능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과 화학기계평탄화(CMP) 슬러리와 세정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평택에 첨단기술센터를 개소한 것 외에도 박막과 패터닝 분야에서 한국 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K-방역은 물론 산업 대응도 인상적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