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자원외교도 경제외교처럼

[ET단상] 자원외교도 경제외교처럼

지난 5월 국내 조선업계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관련 청와대 발표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이라는 설명도 따랐다.

카타르 국영석유사 카타르 퍼트롤리엄(QP)은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인도 계약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맺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상 외교를 통해 양국 기업 간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총리와 산업부 장관 등 고위급 협력을 지속해 왔다고 했다. 이번 성과의 백미는 이보다 앞선 3월 말의 사전 협력이다. 카타르가 한국가스공사에 코로나19 관련 진단 키트와 장비를 요청했고, 가스공사는 진단 키트 생산이 가능한 국내 바이오 업체를 찾아내 이 업체에 소개했다. 바이오 업체가 카타르 국영석유공사에 보낸 코로나19 제품은 진단 키트 등 약 50억원어치다.

관련 제품은 4월부터 카타르에 순차 공급됐다. 이 같은 외교 노력이 23조원 상당의 수주 잭팟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부 말 그대로 경제외교 성과다.

시간을 더 앞으로 돌려보자.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자원 확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뛴 결과 한 해 동안 중동 예멘 등에서 유전 16건 계약 및 생산권을 확보했다. 당시 한국은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전에서 경쟁국에 많이 밀리고 있었다. 중국은 카스피해의 유전·가스전 개발권을 노리고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나서서 카스피해 연안의 카자흐스탄을 매년 한 차례 이상 방문, 자원 분야 협력을 요청해 27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 노력으로 성과를 일궈 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정부의 자원정책을 이어받아 미개척 지역이 많은 아프리카·남미 지역과 더불어 중동 지역을 목표로 잡았다. 아프리카는 과거 미국과 유럽이 독차지해 온 자원 보고였지만 당시에는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저금리 차관과 인프라를 앞세워 자원을 선점하고 있었고, 일본과 인도 등도 이에 가세하고 있었다. 남미 지역도 철광석, 구리, 리튬 등을 확보하려는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석유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타깃으로 잡았다. 세계 석유매장량 6위인 UAE는 중국의 핵심 산유국으로, 대형 광구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득권을 선점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메이저 기업 외에는 당시까지만 해도 한 번도 외국 기업의 자원 개발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자원 개발 분야의 프리미어리그였다.

정부는 자원외교를 통해 UAE의 3개 미개발 광구에 대한 개발권과 10억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 개발 참여 기회를 보장 받았다. 이는 자원외교의 큰 성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 자원 외교는 약화됐다. 자원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 개발 투자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서 다시 리튬 확보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주지할 점은 박근혜 정부 이후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기능과 생태계가 모두 침체됐다고 평가한 점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 확보만큼은 이견이 필요 없다. 해외 자원 개발 성공과 실패를 떠나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얻은 노하우와 그동안 많은 시간 및 비용을 들여 쌓아 놓은 자원보유국과의 인력 네트워크는 없어졌다. 이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자원 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정부가 경제외교를 통해 성과를 올린 것처럼 자원외교에도 관심을 기울여서 적극 나서야 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 초빙교수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