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다'는 말의 느낌은 좋지 않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듯이 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가끔은 뭔가를 지나치게 해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최종면접에 대비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집중호우 대처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예방 점검과 선제적 사전 조치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폭우에 전날부터 예정된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업무에 복귀한 이튿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인명 피해만큼은 발생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면서 “조그만 우려가 있어도 위험 지역을 선제 통제하고 주민을 미리 대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나친' 지시에 정부가 분주히 움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비슷한 주문을 내린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코로나19 대책 종합점검회의 자리에서 “선제적 예방 조치는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우리나라도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해외 국가에 비해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챙겼으면 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경제'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더욱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3.3%였다. 1분기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이후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경제지표 곳곳에 꼬리표처럼 붙었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데이터 댐, 인공지능(AI) 정부 등 10대 대표 사업을 발표했다.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무너뜨렸다”며 한국판 뉴딜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을 처음 언급한 이후 취임 3주년 연설, 산업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수시로 경제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청와대 내 각종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판 뉴딜 관련 지시를 내렸다.
이 같은 경제 챙기기 행보에 지나치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 이후로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범정부 뉴딜 전략회의를 7월 중에 가동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여태 소식이 없다. 거듭되는 집값 폭등 논란 속에서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부동산이 자리 잡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부동산에 '올인'했다.
고삐를 더 당겨야 한다. 집중호우로 인한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 대통령이 수시로 경제 현장을 찾고, 관계 회의에서 각 부처에 경제 활성화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경제를 챙겨야 한다.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