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정기국회를 앞두고 유통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랐다. 국내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 발의야 다다익선이지만 상당수 개정안이 진흥보다 규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두 달 사이 8건이 발의된 가운데 7건이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통업은 특성상 국민 체감도가 높은 데다 소상공인에서 중소·벤처,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주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쟁점이 많은 분야로 꼽힌다. 그만큼 입법 작업에서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여러 이해관계를 짚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한 방향 또는 하나의 정답만 정해놓고 법안을 다루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21대 국회에서 나온 유통법 개정안을 살펴보니 규제 일변도다.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몰과 아웃렛까지 확대하거나 대규모 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공룡 유통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해되나 목적에 맞는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인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유통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상생과 균형 발전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한 쪽의 편익을 위해 다른 쪽의 편익이 훼손되는 '제로섬' 게임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 규제 일변도의 법안 개정이 자칫 산업 전체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내 유통산업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제도상으로 입는 불이익과 불공정이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과 신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새롭고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환경 또한 보장돼야 한다. 유통 시장 모든 주체가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영위하면서 국내 유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입법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