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 대상 불공정 거래 행위를 자진 시정을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1000억원 규모 상생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의 불공정 거래 행위 시정 방안과 상생 지원 방안이 국내 소비자와 중소 사업자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애플의 이같은 행보는 법정 제재 회피를 넘어 글로벌 5G 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상당 부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고비 분담 비율 등 개선…실효성 관건
애플은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통사 광고기금 등에 대한 시정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 등을 광고할 때 비용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이통사가 광고 기금을 공동 조성했음에도 광고 방식에 대해서는 애플이 전권을 행사했다.
애플은 이통사 광고기금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협상 기준을 마련하고, 광고기금의 적용 대상 중 일부를 제외하기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광고기금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이통사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광고기금 규모나 이통사 분담 비율에 대한 부분은 시정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협의 과정에서 애플이 다시 우월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애플은 이외에도 수리비 떠넘기기 논란을 유발했던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임의적인 계약해지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단말기에 대한 최소 보조금 수준을 이통사 요금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고 미이행 시 해결절차와 조정절차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동의의결 절차를 계기로 애플과 이통사가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이 내놓은 개선방안을 이통사 등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지 관심이다. 이달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40일간 의견 수렴 기간 중 개선방안 확정에 제동이 걸리면 애플 상생지원방안 시행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스마트 공장' 노하우 전수
애플이 상생 지원 일환으로 국내 설립을 추진하는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는 국내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 전문 인력이 참여해 교육을 실시하고 중소기업과 협업을 진행한다. 애플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3년간 4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아이폰 제조라인에 적용된 새로운 스마트 공정과 친환경적 제조기술에 대한 노하우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과 비슷한 개념이다.
애플은 R&D 지원센터에 글로벌 최첨단 제조기기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도입,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관련 최신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제조 혁신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지원 대상은 일정 요건을 갖춘 국내 모든 중소기업이다.
R&D센터에서 개발된 기술과 아이디어는 참여 중소기업이 소유권을 갖는다. 차후 공동 프로젝트 등으로 애플 협력사에 선정, 공급망 생태계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개소 시점이나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동의의결 절차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확정된다. 애플은 동의의결 이행기간(3년) 종료 이후에도 R&D 지원센터와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R&D 지원센터는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혁신을 위해 새로운 스마트 공정 및 친환경적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애플 전문 인력이 교육을 실시하고 중소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디벨로퍼 아카데미' 개설…공교육 지원하고 소비자 편익도 높여
애플식 '인재 사관학교'라 불리는 디벨로퍼 아카데미도 250억원을 투입해 국내 도입한다. 현재 이탈리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과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200명 학생에게 9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ICT 인재를 양성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코딩 등 개발자에 국한되지 않고 비즈니스, 마케팅, 디자인, 사용자환경·경험(UI/UX)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iOS 생태계를 구성하는 앱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이끌고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도전 중심의 철저한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구성, 예산과 기간 등이 수시로 변화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 선발 과정 역시 단순 코딩 실력보다는 논리력과 창의력 등 교육에 필요한 소양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 대학이나 사회적 스타트업 기업, 스타트업 지원단체 등과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초중등 학생과 노년층을 위한 기초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 지원에도 100억원을 투입한다.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도서지역, 다문화 가정 아동 초중등 교육 등에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선보인 다양한 교육 콘텐츠 한글화도 지원한다.
250억원 규모로 진행하는 유상수리 비용 할인은 보다 직접적인 소비자 혜택 요구에 맞춰 제안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출연금액이 전액 소진될 때까지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케어 플러스 할인을 제공한다. 이미 애플케어 플러스를 구입한 아이폰 사용자는 요청 시 구입 금액 10%를 환급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