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통신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해 요금 인상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인터넷의 '양면시장' 속성을 정립한 판결에 글로벌 통신사와 규제당국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기업경쟁력연구소(CEI)와 차터 가입자 4명이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제기한 차터 인가조건 무효 행정소송에서 CEI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차터가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를 상대로 망 이용 계약때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차터는 2023년까지 OTT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가 금지돼 있었다. FCC는 4위 케이블TV이던 차터가 2016년 타임워너케이블(TWC)와 브라이트하우스를 인수해 2위로 몸집을 키우자 시장지배력 강화를 우려해 이같은 인가조건을 부과했다.
민간연구소인 CEI는 망 이용대가 부과 금지가 요금인상 등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다며 법원에 인가조건이 정당한지 따져달라고 했다.
차터가 OTT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수익을 보전하고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실제 통합 차터 계열은 망 이용대가 수익을 포기했다. 기존 TWC와 브라이트하우스는 인수 이전까지 망 이용대가 계약으로 상당한 수익을 발생시켰지만, 차터 계열 편입 이후 망 이용대가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사용하는게 금지됐다.
이후 차터 가입자 요금이 실제로 인상됐다. 원고 측은 인수 직후 브라이트하우스 인터넷 요금이 84달러에서 101달러로 약 20% 증가하고, TWC 요금이 기존 75.99달러에서 79.99 달러로 5% 인상됐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반면에 FCC는 차터가 미국 41개주에서 인터넷을 제공하는 시장 2위 사업자로, 경쟁이 적어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게 가격인상 유인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CEI와 차터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이용자는 망 이용대가 청구 금지로 인해 요금이 인상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다른 요인이 가격인상에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망 이용대가 청구 금지가 요금인상을 유발했음을 가입자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미국 법원이 인터넷시장의 '양면시장' 속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면시장 이론에 따르면, 통신은 이용자와 OTT 사업자를 매개하는 플랫폼이다. 양측은 플랫폼을 통해 상호 연결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므로 이용자 통신요금뿐만 아니라 CP도 망 이용대가를 내 망투자·유지비용을 분담해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정부 규제로 인해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자 소비자 요금을 올리게 된 차터 사례는 양면시장 속성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통신전문가는 “미국법원이 양면시장 속성을 인정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 이용대가 분쟁과 관련해 중요한 판례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CEI와 가입자가 제기한 건으로, 차터는 판결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다. FCC는 변론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원 판결은 당장 망 이용대가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부과를 허용했다는 의미다. 실제 납부 여부는 차터와 개별 OTT 간에 계약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법원은 데이터 상한선 설정금지, 농어촌 브로드밴드 구축 등 인가조건에 대해서는 취소를 명령하지 않았다.
양면시장 개념
차터vs 망이용대가 소송 쟁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