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해 온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다. 올해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 부진과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판매량이 2억6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출하량을 올해보다 약 15% 확대하는 안이다. 이 같은 출하 확대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제재로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보다 7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오포와 비보 등 중국 브랜드 업체들은 약 30%, 삼성전자는 약 15% 판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2억4060만대를 출하, 같은 기간 2억9620만대를 기록한 1위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았다. 특히 화웨이는 올해 판매량을 3억대로 늘려 삼성과의 1위 경쟁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기술 유출, 안보, 무역분쟁 등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집중 제재에 나서면서 차질이 생겼다. 특히 미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 스마트폰 자체를 생산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반도체가 없으면 제조를 할 수 없다. 특히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미국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어 화웨이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화웨이는 당분간 사전에 확보한 반도체로 스마트폰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즉 내년부터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곧 삼성 스마트폰 사업에 호기다. 삼성 스마트폰은 올해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1250만대로 지난해보다 24% 감소했다. 시장 평균 및 경쟁사들보다 하락 폭이 컸다. 전략폰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흥행 실패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들어 갤럭시노트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만회를 노리고 있다. 또 내년에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시장 환경도 삼성에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화웨이로의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이달 중순부터 시행된다. 또 스마트폰 시장 성장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경 분쟁 후폭풍으로 인도는 중국 제품에 대한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내년 스마트폰 사업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스마트폰 산업계에 다시 기회가 생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