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시행됐다. 올해로 만 6년이다.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고, 몇 차례 개정을 거듭했다. 단통법은 과도한 이통사 지원금 경쟁을 억제해 요금·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선택약정 등 소비자 혜택을 일부 증진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소수만 특혜를 받는 불법 지원금 대란이 매년 반복되며 이용자 차별 해소라는 당초 목표는 미진하다는 평가다.
◇이용자 차별 여전
단통법은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휴대폰 지원금 공시제를 적용,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단말기 구입 지원금을 받지 않거나 단말기 교체가 불필요한 이용자도 요금 할인 등으로 대안적인 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도 매년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맞춰 온라인 '성지'나 특수마케팅 채널에 의한 음성적인 불법 영업은 근절하지 못했다. 동시에 정상적인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대다수 소비자가 느끼는 박탈감이 커지면서 정책 효과와 무관하게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고착화되는 추세다.
이통사 관계자는 “실제로 성지에서 높은 초과 지원금 혜택을 받고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극소수”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부 사례가 확산되면서 실제 규모에 비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단통법 시행 이후 과도한 지원금 경쟁이 줄고, 중저가 단말기 수요가 늘면서 전체적인 가계통신비 부담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나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 유도를 차단하고, 요금할인 형태의 혜택 제공으로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을 증진했다는 분석이다.
선택약정 할인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지난해 7월 기준 2500만명을 돌파했다. 2017년 단통법 개정으로 요금 할인율을 25%로 상향 조정해 실효성을 높인 점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변정욱 국방대 교수는 “저가요금제 선호와 부가서비스 선택 감소, 단말기 구매비용 경감으로 가계통신비 전반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단말기 가격 인하가 아닌 이용자 선택 제한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증가가 수익성 감소로 이어졌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감소로 5G 인프라 구축이나 서비스 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에 제약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단통법을 통한 이통사 마케팅 비용 억제 역시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도입 직후 2년간은 마케팅 비용 규모가 줄었지만 이후 201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5G 상용화에 돌입한 지난해에는 SK텔레콤 3조700억원, KT 2조7382억원, LG유플러스 2조2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 4%, 11%, 증가해 단통법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열 경쟁과 불법 영업 행위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단통법 논의 '현재 진행형'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용자 차별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소비자 혜택 측면에서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환경이 과거 단통법 도입 당시와 비교해 많이 변화한 만큼 법 실효성 자체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단통법 폐지나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가 가계통신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용자 후생 증진과 시장 공정성 확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 사이에 중심점을 잡을 수 있는 적절한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 시민단체, 전문가, 유통망 등으로 이뤄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제도개선 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단통법 개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지원금 규제 완화와 위약금 제도 개선, 장려금 규제 방식 전환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과제를 도출해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도출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해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