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통과 후 의료 데이터 활용 기대감이 높아진다. 세계 주요국과 기업은 이미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신약개발과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의료 데이터 축적에 적극적이었다. 개방과 활용 부분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로막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데이터3법 시행 후 의료 데이터 활용 준비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가 핵심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8년 1697억달러에서 연평균 15.5%씩 성장, 2024년 3920억달러(약 45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 시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핀테크(1277억달러, 2018년 기준), 스마트홈(766억달러), 스마트팩토리(618억달러) 등 주요 분야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의료기관 솔루션 △의료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서비스 △의료비 지불자 솔루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화두는 데이터다. 과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의사가 직관적으로 의료 행위를 진행하거나 데이터 역시 현재 환자 증상 데이터에만 집중했다. 지금은 환자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의료 행위가 늘어난다. 앞으로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분석과 예측, 정밀치료까지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으로 의료기관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서 과거 종이 차트에 머물던 건강상태, 병력, 처방정보 등이 전산화돼 데이터로 축적된다. 스마트 워치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이용해 △혈당 △혈압 △심전도 등 개인건강정보가 생성·수집된다. 과거 병원, 정부 등 기관 주도로 관리하던 의료 데이터를 이제 정보 주체인 개인이 관리하는 마이데이터까지 개념이 확대되면서 의료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계는 이미 의료 데이터에 올인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 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2015년부터 '올오브어스(All-of-Us)' 프로젝트를 정부 주도로 진행한다. 최소 100만명 이상 국민 대상으로 건강 관련 설문조사를 비롯해 진료 기록, 건강 검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목표한다. 지난해까지 23만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단순 현재 시점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별 생애주기에 걸친 설문, 의료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데이터는 미국 미래 의료를 위한 인프라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2017년 의료 분야를 위한 '차세대의료기반법'을 발표했다. 개인 정보를 익명 가공해 제약사, 연구기관 등이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익명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신약개발, 약물 부작용 발견 등이 가능하다. 히타치, 라쿠텐 등 일본 대표 ICT 기업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경제 평가 솔루션, 암치료 사업 등에 진출했다.
◇韓 우수 IT인프라 속 데이터 활용 기대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1990년대부터 의료 정보화를 조기 추진했다. 덕분에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보급률은(2015년 기준) 전체 71.3%에 이른다. 상급종합병원은 100% 구축 완료했고, 종합병원도 90% 이상 도입했다. 그러나 △비표준화 △파편화된 데이터 △중소병원 상대적 낮은 보급률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부터 데이터3법 통과를 비롯해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시행, 클라우드 보급 확산 등으로 IT 기반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활용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 생산과 활용이 본격화되면 AI 의료기기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AI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기업은 11개, 제품은 21개다.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국내도 법·제도 기반이 마련되고 인프라가 확충됐다. 의료 데이터가 제대로 생산·활용되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 관련 업계 문제점인 의료기관마다 호환되지 않는 데이터 비표준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이 표준화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수가 책정 등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정KPMG 관계자는 “데이터3법 통과로 빅데이터 활용에 작은 첫 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세부 법안 규정화와 의료법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헬스케어 데이터가 정밀의료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 정부 주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 발굴해 기업이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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