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이재용 시대…산적한 과제 해결 주목

[이건희 회장 별세]이재용 시대…산적한 과제 해결 주목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이끌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왔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이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총수가 됐다.

총수인 이 부회장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면한 재판 대응부터 상속, 지배구조 개편,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쉽지 않은 문제들과 마주하게 됐다.

◇사법리스크 지속, 최대 현안

현재 이 부회장과 삼성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사법리스크다.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준비를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출석 소환장을 보냈다. 이 부회장은 상중에 있어 불참했지만, 재판 진행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수 특검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따라 9개월가량 재판 일정이 멈췄던 만큼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지난 22일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도 시작됐다.

재판이 본격화되면 재판 대응에 집중해야 하고, 재판 출석 등으로 해외 출장 일정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을 때도 삼성은 총수 공백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 일상적 경영 활동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사업재편 등 파장이 큰 사업적 결정은 총수 역할이 결정적이어서 이 부회장 거취가 삼성 경영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지배구조 개편 주목

막대한 지분을 상속받게 되면서 상속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법에 따라 이 회장이 사망한 6개월 후인 내년 4월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10조6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매년 2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현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계열사 간 지분 보유 변화 등도 중요한 이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3%만 남기고 매각할 경우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뉴 삼성' 변화와 성장동력 확보

당면한 현안에 대응하면서 뉴 삼성을 향한 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에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이 현재 주력 사업이다. 그러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전장부품, 인공지능(AI), 5G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비전 2030' 등 미래 계획을 밝힌 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해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이달 네덜란드와 베트남으로 연이어 출장을 다녀오며 사업을 챙겼다.

재계는 향후에도 공격적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인 '뉴 삼성'으로 가기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 투자와 대국민 신뢰 회복을 내건 만큼 이를 이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준법 경영 강화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 준법 경영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내부적으로 준법 경영 시스템도 계속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