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원익IPS가 전공정 핵심 장비를 국산화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 과점하고 있던 '금속(메탈) CVD' 장비를 자력으로 개발했다. 향후 이 장비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여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신규 메탈 CVD 장비 '노아(NOA)'를 첫 양산해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M15에 납품했다. M15는 128단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핵심 낸드 생산 기지다.
원익IPS가 국산화한 메탈 CVD 장비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금속배선 공정에서 쓰인다. 금속배선 공정은 반도체 회로에 전기 신호가 잘 전달되도록 금속선을 연결하는 전(前)공정이다.
금속선은 전기저항이 낮고 부착성이 좋은 구리(Cu), 텅스텐(W), 알루미늄(Al) 등으로 만든다. 문제는 이 물질로 만든 금속선의 입자가 소자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절연막'이라는 곳에 침투하는 성질을 띤 것이다. 마땅한 대책 없이는 절연막의 기능이 크게 저하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속선과 절연막 사이 얇은 방지막을 씌워 두 물질의 혼합을 막는다. 이를 메탈 배리어라 부르고, 타이타늄(Ti)이나 타이타늄나이트라이드(TiN)으로 만든다.
원익IPS가 이번에 처음 양산해 공급한 메탈 CVD 장비는 이 메탈 배리어를 만들 때 활용하는 장비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아 장비는 배리어 공정뿐만 아니라 텅스텐 금속 배선 작업, 차세대 증착 기술인 원자층증착기법(ALD)도 적용 가능하다. 앞으로 이 장비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익IPS의 이번 양산은 국내 장비업계에서 여태 상용화하지 못했던 메탈 CVD 장비를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메탈 CVD 장비 분야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불거질 당시, SK하이닉스 내에서 국산 대체재가 필요할 것으로 우려되는 품목에 메탈 CVD 장비를 포함시켰을 만큼 점유율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익IPS는 3년여간 연구 개발 끝에 SK하이닉스의 최첨단 낸드 공장에 이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도 '아크라'라는 메탈 CVD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대기업의 주력 공정에 적용될 만한 기술 수준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장비는 박막의 균일한 두께(스텝 커버리지), 수율, 웨이퍼 생산성 등이 TEL 장비 성능과 견줄 수 있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또 삼성전자 화성·평택 사업장 양산 라인에서도 이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이 그물망처럼 만들어놓은 특허 기술 없이도 독자 장비를 개발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원익IPS는 낸드플래시 증착 장비 분야에서 연이어 국산화 사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원익IPS는 낸드플래시 공정에서 옥사이드와 나이트라이드 물질을 번갈아 증착하는 몰딩 공정 장비를 국산화해 삼성전자 해외 낸드기지 시안공장 등에 납품했다. 이 장비 역시 100단 이상 초고층 낸드플래시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