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한국 연구팀이 우리 은하에서 지구 크기만 한 떠돌이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중심별이 없이 혼자 우주를 떠도는 나홀로 행성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작은 규모다.
보통 외계 행성은 모항성(중심별)과의 상호 작용을 관측 발견한다. 중심별이 없는 나홀로 행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연구팀은 이 떠돌이 행성이 짧은 시간 만들어 낸 '빛'에 주목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바르샤바 대학 소속인 므로즈 박사 연구팀은 외계 행성의 발견 성과를 지난달 30일 '미국 천체물리학회지 레터'에 발표했다. 연구는 미국, 폴란드, 한국천문연구원의 공동으로 진행됐다.
외계 행성은 행성계의 탄생, 진화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세계 각국이 태양계와 지구의 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외계 행성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번에 발견한 외계행성은 나홀로 행성이다. 어떤 이유로 중심별의 중력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도는 별이다. 지구와 크기는 비슷하고 질량은 0.3배, 우리 은하 원반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나홀로 행성 질량 중 가장 작다.
태양계 밖 외계행성은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멀고 스스로 빚을 낼 수 없어 직접 관측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발견한 외계행성은 4000여개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행성의 중심별을 관측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발견됐다. 중심별과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물리 현상을 관측해 행성 존재를 찾는 방식이다. 주로 별 표면 통과 방법과 시선속도 방법 등이 이용된다. 통과법은 행성이 모항성의 광구를 통과하는 시간 동안 별의 밝기가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시선속도 방법은 행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심별의 흔들림을 도플러 효과를 통해 관측한다.
나홀로 행성은 중심별이 없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선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했다. 중력렌즈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예측된 것으로 질량이 큰 천체가 렌즈처럼 작용해 멀리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을 휘게 하거나 증폭시키는 현상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행성이 어떤 천체에서 나오는 빛을 증폭시키는 렌즈 현상을 일으키는 순간을 포착했다.
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이 큰 기여를 했다. 연구팀은 바르샤바대학이 운영하는 칠레 라스캄파나스의 1.3m 바르샤바망원경과 천문연구원이 칠레와 호주, 남아공에서 운영하는 KMTnet 1.6m 망원경으로 우리은하 중심부를 관측, 단 42분간 지속하는 미시중력렌즈현상(OGLE-2016-BLG-1928)을 발견했다.
별이나 블랙홀의 중력 렌즈 현상은 보통 수일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데 이번엔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지속시간이 가장 짧았다. 이는 이 현상을 일으킨 떠돌이 외계행성이 매우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이 행성의 질량이 화성 정도로 지금까지 발견된 떠돌이 외계행성 중 가장 작으며, 이 행성으로부터 지구-태양 거리(AU=1억5천만㎞)의 8배인 12억㎞(8AU) 안에는 별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폴란드 연구팀의 망원경만으로는 짧은 시간 지속하는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관측하기 쉽지 않다. KMTnet 망원경 관측 데이터가 더해져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이용한 외계행성 발견은 2004년에 처음 이뤄졌고 이 방법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총 개수는 최근 100개를 넘었다.
이충욱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KMTNet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65개인데 이 중 이번 연구를 포함한 총 52개의 외계행성 발견에 KMTNet 관측자료가 활용됐다”며 “KMTNet이 미시중력렌즈 외계행성 분야를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관측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