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부당 이득을 반환하라며 맞소송(반소)을 제기한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통신망 자원을 공짜로 사용했으므로 이를 돌려달라는 취지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사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반소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무료로 통신망을 이용하며 얻은 경제적 이익을 정산이 완료되는대로 구체적 금액을 제시해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할 계약관계와 채무가 없다는 넷플릭스 주장에 대한 방어를 넘어, '부당이득 반환'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며 공세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넷플릭스가 소비자에 대한 콘텐츠 전달은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라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망 이용대가 법적 개념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첫 변론에서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재판에서는 양측간 채무 존재여부와 규모를 가리기에 앞서 '망 이용대가' 개념을 정의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시장에서 '접속료'와 '전송료'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이용자와 CP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요금인 접속료를 통신사에 지불한다. 통신사는 이렇게 전달받은 콘텐츠를 다른 이용자 또는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의무를 지닌다. 이용자와 CP 입장에서는 접속료를 지불했으므로 전송료에 대해서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논지다.
넷플릭스 측 변호사는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전송시키는 것은 통신사가 소비자와 계약관계에서 당연히 부담해야할 의무”라면서 “전송료를 CP에게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시장에서 망 이용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시장의 3대 주체는 이용자와 통신사, CP로 정의된다. 인터넷 시장 양면시장 속성상 이용자와 CP가 통신망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대가 지불이 필연적이다. CP가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야 다른 쪽 종단에 위치한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은채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하다는 논리다.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인터넷시장의 양면시장 속성을 인정, 통신사가 CP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망이용대가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모두 포함돼 있고, 인터넷망 연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통해 SK브로드밴드 망에 직접 연결돼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요지”라고 말했다.
양측은 2차 변론 기일에서 망 이용대가에 대해 보다 세밀한 정의를 바탕으로 변론을 전개한다.
소송에서 제시될 망 이용대가에 대한 법적인 개념과 법원의 판단에 세계 시장과 규제당국 눈길이 쏠린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의 판결은 미국 법원 판결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준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소송전 쟁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