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타트업 플랫폼 정책

[기고]스타트업 플랫폼 정책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이 업계의 큰 화두다.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에 입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인앱결제만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여러 논란이 일었고, 국회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같은 논란을 바라보는 심경은 매우 복잡하다. 구글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매번 같은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 '플랫폼은 기여하는 것 없이 쉽게 돈을 벌어 간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좋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로 성장시키기 위해 기울여 온 그동안의 노력을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이 하는 기여와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없이 플랫폼은 존재할 수 없으며, 산업 전체의 성장 없이 플랫폼은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플랫폼으로서 왓챠 역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 공급자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이용자와 동반해서 성장하지 않고서 왓챠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플랫폼이 어떠한 기여를 했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없다면 플랫폼 생태계 개선에 대해서도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복수의 앱마켓에 차별없이 콘텐츠를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특정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이는 오히려 앱 개발사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서 부담을 늘리고, 반대로 시장 경쟁은 위축시키는 부작용은 없을지 걱정된다.

비용 대비 편익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개발사가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를 추가로 공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 반대라면 공급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개발사들의 그런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거나 강요하는 부당 행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것이다. 이 법안은 오히려 정부가 제도적으로 특정한 선택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또 앱마켓 사업자 입장에서 가만히 있어도 주요 콘텐츠 입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콘텐츠 개발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유인이 약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경쟁을 촉진하기는커녕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비슷한 정책 실패를 인터넷망 상호접속 시장에서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역시 플랫폼의 자율성을 크게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이 상품을 노출하는 순서나 방식 등을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플랫폼의 진화와 경쟁 노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 수단이 지금의 구글 인앱결제 논란을 풀어 낼 수 있는 방법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플랫폼 사업자이자 동시에 플랫폼 입점 업체라는 두 처지를 모두 겪어 본 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의 경쟁 노력과 투자 의지를 제한하는 식의 규제는 결과적으로 플랫폼과 플랫폼의 참여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지현 왓챠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alex@watc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