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삼성전자, 시스코 등 국내외 381개 통신단말·장비 제조사 또는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드론, CCTV, 네트워크장비, 무선 스피커 등 약 1700개 기기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우리나라 인증 기관인 미국 연구소에서 받은 것처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형사 고발과 제품 판매 금지·수거까지 가능한 사안으로, 과기정통부의 행정처분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기정통부는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통해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합성평가는 전파법에 근거해 방송통신기자재 제조〃판매〃수입업체가 제품을 유통에 앞서 전파 세기와 혼간섭 여부를 측정해 안전한 지 정부와 공인기관이 인증하는 제도다. 적합성 평가를 통과해야 국내 시장에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원활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출입을 위해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베트남·칠레 5개국과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해 미국 BACL 시험소에 적합성평가 시험권한을 부여했다.
과기정통부가 기업 제보를 토대로 5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 381개 업체가 1700개 기기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부 시험성적서 공인기관이 아닌 중국BACL에서 시험성적서를 받고, 정부 제출 문서에는 공인기관인 미국 BACL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위조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위조 건수는 CCTV 등을 판매하는 중국 항저우 하이크비전이 2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드론기업 DJI가 145건, 화웨이가 136건 순으로 많았다. 국내 중소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는 무선스피커 등 분야에서 23건, 시스코도 무선전화 6건에 대해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국립전파연구원과 미국 BACL로부터 2006년부터 최근까지 15년치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전체를 발급받아 기업이 제출했던 시험성적서와 진위 여부를 전수조사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중국 소재 BACL 시험소는 시험권한이 없으며, 권한 없는 시험소를 통해 발급된 시험성적서 역시 효력이 없고 전파법 위반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파법 상 시험성적서 위조 등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적합성평가 취소 또는 기자재 수거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일부 기업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12월부터 기업 대상 청문 결과를 거쳐 적합성 취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드론, CCTV, 무선스피커, 일부 네트워크 장비 판매를 중단하고, 1년간 적합성 평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소비자와 기존 기업 보호 가치를 우선에 두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청문 과정에서 재실험 등을 거쳐 제대로된 시험성적을 토대로 전자파 혼간섭 미발생과 인체무해성 등을 검증할 경우에는 전면적인 판매 중단 또는 제품 수거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험성적서 위조는 방송통신기자재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안전한 전파환경 유지를 위해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주요국과 협력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화웨이코리아와 삼성전자 등 관련업체는 정확한 사실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시험성적서 위조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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