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글로벌 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도 만성질환 증가, 고령화 가속 등에 따라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3994억달러를 기록한 바이오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7750억달러로 늘면서 연평균 10%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수출 실적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이오 시밀러 분야에서는 2015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 시밀러 시판 허가를 받은 이후 다수의 퍼스트무버들이 등장,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면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량을 보여 주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변방국이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빠른 외형 성장에도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경쟁력은 높지 않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해외 의존도는 매우 높다. 타 산업과 비교해 기술 자립도와 인프라도 상당히 부족하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계기로 국내 소부장 자립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바이오 산업 분야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수많은 연구개발(R&D) 과제가 기획됐다.
소부장 자립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관건은 공급 중소·중견 기업과 수요 대기업 간 긴밀한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글로벌 수준 제품을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해 공급하는 선순환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유관기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 힘을 쏟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미래 자동차와 함께 미래 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길러 나가야 할 이른바 '빅3' 산업 가운데 하나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기도 하다. 이를 우리의 핵심 먹거리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기업의 R&D 결과가 쉽게 사업화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과제 기획 단계부터 수요 대기업이 필요한 품질 수준이나 기준 제시는 물론 개발 단계에도 참여해 R&D 성공이 수요기업의 구매로 연결되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또 사업화 과정에서 만나는 각종 규제나 인·허가 문제 등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산업 분야의 소부장 자립화에는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분야로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자와 수요 대기업 및 공급 중소기업, R&D 지원기관, 정부 인·허가 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바이오의약품 분야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한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yhchung@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