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부가통신사업 미신고로 '무허가' 논란이 일자 금융권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계륵 제도'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사는 물론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업권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가통신사업 신고제를 적용하는 건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도 이 같은 의견을 일부 수용, 제도 개선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는 물론 빅테크 기업 상당수가 뒤늦게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롯데카드·케이뱅크 등 금융사뿐만 아니라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 라인,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 분야별 대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부가통신사업자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신고 대상인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심사를 받아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인·허가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고제인 부가통신 사업은 규정에 맞춰 보고만 하면 별도 절차 없이 사업자로 즉시 등록된다. 고의로 신고를 빠뜨린 업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무엇보다 금융사나 전자상거래, 빅테크 기업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로부터 필요한 또 다른 인가 규정이 있는 상태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신고를 의무화하는 건 이중 규제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이들 기업이 영업 개시 시점부터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허가·무면허 영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허가가 아닌 미신고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전자금융 업종에만 5개에 이르는 등록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카카오페이 등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 결제대금예치업, 전자고지결제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직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 여러 등록을 완료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전자금융업자가 갖춰야 할 자본금은 최소 50억원,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기준인 1억원보다 높은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그 외에 전통 금융사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은행업법 등 관련 법 내 각종 물적 요건과 자본금·부채비율을 충족시켜야 한다.
반면에 부가통신사업신고제는 기간통신 사업자에 전기통신 회선 설비를 임차, 기간통신 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모두 해당된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로 서비스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수많은 기업이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 전파관리소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는 1만5031곳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된 1990년부터 30년 동안의 신고 사업자를 모두 합친 수치다. 신고 누락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일각에서는 주무 부처 간 모호한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빅테크 기업 대표는 “법이 처음 시행됐을 때와 달리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서비스가 일반화된 데다 소관 부처마저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인 만큼 규제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가통신사에 대한 정의를 더욱 명확히 하고, 현행 자본금 1억원 미만 등 신고 절차 면제 요건 등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가통신사업 신고제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되는 만큼 본래 취지는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부가통신사 지위가 규정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이익 침해를 처벌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