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계가 한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력자를 무차별로 영입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OLED 대면적 패널 전문 인력 스카우트를 진행한 중국이 이번에는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디스플레이 소부장 엔지니어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 헤드헌팅 업체가 국내 유명 채용 사이트에 중국 기업 채용공고 세 건을 잇달아 게시했다. 모집 부문은 △포토레지스트(PR) 개발 전문가 △폴리이미드(PI) 연구개발(R&D) 전문가 △OLED 재료 R&D 전문가다.
PR는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 OLED 패널 박막트랜지스터(TFT)에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는 소재다.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PI는 최근 플렉시블 OLED 기판이나 폴더블폰 커버 윈도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회로·기판·재료 부문에서 한국인 전문가를 한꺼번에 채용하는 셈이다.
공고에 따르면 해당 중국 업체는 PI 전문가에 8년 이상 경력, PR와 OLED 재료 전문가에 10년 이상 경력을 각각 자격으로 제시했다. 급여는 면접 후 결정한다는 조건으로 1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중국은 BOE 등을 중심으로 OLED 패널 제조에 이어 핵심 소부장 내재화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한국 소부장 업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7일 “채용 주체는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사와 연결된 현지 소부장 업체일 공산이 크다”고 풀이했다.
그동안 한국이 확보한 OLED 기초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OLED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외국에 OLED 관련 기술을 유출하면 관련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OLED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 장비 등은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 등은 국가핵심기술에서 빠져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OLED를 비롯한 국가핵심기술 관련 소재나 장비를 법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 대우와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 패널사보다 보수나 복지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과거 중국에서 우리 기술자가 '토사구팽'된 사례가 많아 실제 이직에 나서는 인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