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올해 초 총선 경쟁이 한창일 때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외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지금도 여야 할 것 없이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고 있고, 다수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이를 특별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국내 정치의 현 주소다.
국회는 항상 비난의 대상이었다. 수십년 동안 대결과 충돌, 잦은 의정 공백을 반복해 왔다. 국회를 향해 '세금 도둑' '놀고 먹는 국회' '한량'과 같은 비아냥이 계속되는 이유다. 개원 반년이 돼 가는 21대 국회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작부터 여야 간 상임위원회 배분 갈등을 빚었고, 최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 탓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모습은 조금 다르다. 적어도 21대 국회는 '패스트트랙'을 놓고 극한 대립을 겪은 20대와 차별점이 있다. 이번 국회는 개원 이후 한 차례도 쉬지 않았다. 법안 갈등으로 고성을 지르고 회의에 불참하는 등 진통은 있었지만 의정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상임위 갈등을 겪던 초반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을 위해 2차 추가경정 예산을 합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지난 8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회가 폐쇄된 사흘이 유일한 휴지기였다.
지난 2일 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안에 통과시켰다. 다툼 과정에서도 중요한 순간 서로가 한발 양보하면서 거둔 6년 만의 성과다. 여당의 '절대사수'와 야당의 '뉴딜예산 대폭삭감'으로 맞서던 초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막판 재난지원금과 백신 예산 합의는 극적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일하는 국회법 처리 여부를 떠나 21대 국회는 이미 일하는 국회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기국회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공수처법과 경제3법 등 순탄치 않은 상황이지만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합의하는 모습을 다시 연출하도록 응원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