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재편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은 현대오토에버에 집중하고, 자동차 부품 역량은 현대모비스에 넘긴다. 각사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계획대로 재편이 이뤄지면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앤소프트는 사라진다.
이는 미래차 사업 역량 강화는 물론,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앤소프트를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한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앤소프트, 현대오트론은 내년 2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4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대 0.95대 0.12로 책정됐다.
3사 합병은 그룹 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갖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 추진된다. 향후에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아우르는 미래 IT 비즈니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예정이다.
합병법인은 3사가 가진 강점 영역을 유기적으로 통합한다. 사업분야는 △차량 소프트웨어 표준 수립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인프라 통합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구축 등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과 반도체 사업부문의 개발 인력과 관련 자산을 인수한다. 인수가격은 133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의 설계, 개발, 검증 역량을 키워 차별화된 통합 제어 기술을 확보한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제어기 사양 개발과 반도체 개발이 분산 진행됐기에 시스템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과 품질 검증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스템 단위로 반도체와 제어기를 통합 개발하면서 반도체 설계와 제어 시스템 개발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의 개발 역량을 강화한 후, 시스템 반도체, 전력 반도체,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재편하면서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 회장이 주요 주주로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가치가 향후 상승하는 방향으로 계열사 재편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오토에버는 3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정 회장을 이를 팔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편은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다.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선 순환출자를 끊어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주주들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