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이 소재 자립을 이끌 새로운 에폭시 수지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일본 제품 대비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는 일본 의존도가 87%에 달하는 '에폭시 밀봉제(EMC)'가 쓰인다. EMC는 에폭시 수지 기반 복합소재다. 반도체 칩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
기술 핵심은 열팽창계수(온도 상승에 따른 부피 변화 값)을 줄이는 것인데, 일본 에폭시는 반도체 칩보다 계수가 높아 부품 전체가 휘는 문제를 종종 일으켰다.
생기원 소속 전현애 섬유융합연구부문 박사팀은 10년 연구개발(R&D)을 거쳐 세계 최고 수준의 저열팽창 에폭시 소재 기술을 구현했다.
지금까지 관련 기술은 보충재(실리카) 함량을 높여 열팽창계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점도가 지나치게 높아 공정 용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에폭시 수지 자체 구조 변화만으로 소재 공정 용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열팽창계수를 반도체 칩과 거의 유사한 '3ppm/℃' 수준까지 조절했다.
개발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모든 형태의 에폭시 소재 제조에 쓸 수 있다. 대량 합성도 용이하다.
이를 활용한 EMC의 경우, 일본 제품 한계였던 12인치 이상 대면적 패키징이 가능해 향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관련 특허로는 국내 14건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특허 28건이 등록된 상태다.
개발 기술은 2018년 도료 제조 전문기업 삼화페인트공업에 이전됐다. 신규 에폭시 수지 4종 양산을 안정화해 고순도·고수율 톤 단위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전현애 박사는 “개발 기술은 일본 기업 영향이 절대적인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뒤바꾸는 독보적인 원천기술”이라며 “양산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정착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기술은 생기원 대표기술 '키 테크(Key Tech)' 성과 중 하나다. 국가 R&D 혁신을 주도하고 소부장 독립을 뒷받침할 생기원 대표기술을 뜻한다. 다양한 143개 기술로 구성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