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항소하면서 렌터카 총량제 관련 재판이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증차 제한은 가능하지만 1심 패소로 자율감차 미참여 업체에 운행제한 등 패널티를 부과할 순 없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업체들 자율감차 참여는 더딜 전망이다. 국내 여행 선호에 따른 제주도 렌터카 수요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관광객 편의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렌터카뿐 아니라 도내 차량과 대중교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광주고등법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16일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에 대한 항소를 접수했다.
제주도는 롯데렌터카, 한진렌터카, 해피렌터카, 제주렌터카와 항소심에서 다시 맞붙는다. 제주도 렌터카 점유율 1위인 SK렌터카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소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1심 재판부가 도내 교통 체증 원인을 렌터카로 국한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한다. 렌터카 업체는 법무법인 시공을 소송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롯데렌터카를 포함해 대형 렌터카 업체만 제주도에 반기를 든 건 자율감차가 비율로 이뤄져 단기간 대규모 감차를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00대 미만 업체를 제외한 업체를 대상으로 20~23%의 감차 비율을 차등 부과했다. 비율격차는 크지 않으나 1000대라면 230대를 감차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주도 렌터카는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대수가 늘어왔고 관광객의 교통 편의에 기여해왔다”며 “지역 경제에 기여한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도내 교통체증을 렌터카 탓으로만 돌리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렌터카조합은 “제주도 자율감차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제주도 입도객 추이를 고려하면 참여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행연한 도래에 따른 감차 등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월 기준 내국인 입도객은 113만5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96.6% 수준이다. 12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춤하지만, 당분간 국내 여행 선호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익을 포기하고 감차에 나서는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까지 제도 실적도 저조하다. 제주도는 지난 2018년 9월 렌터카를 3만2000여대에서 7000여대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10월 기준 도내 렌터카는 3만615대에 달한다. 목표치 대비 이행률은 19.8%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내년에 렌터카 총량제에 대한 성과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도내 적정 렌터카 대수도 다시 산출한다. 연구용역 결과는 필요에 따라 렌터카 수급조절계획 변경이나 항소심 재판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렌터카 총량제 제도 개선과 무관하며 성과 확인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운행제한은 못하지만 제도는 지속 유지, 업체에 자율감차를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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