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전환 시대 새로운 '학습'과 '탈학습'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고용 충격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람 간에 멀어진 거리는 지능화 기계와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기술로 채워지고 있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될 디지털 흐름은 언제든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사회 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경우 단순·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이 강화될 고용 시장에서 우리는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업무 문제 본질은 '직업'이 아니라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일자리는 복수의 개별 업무로 구성된 집합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특정 업무의 일부가 대체되더라도 지능형 기술과 보완관계의 직무 생산성이 더욱 향상되면 해당 일자리의 수요는 오히려 늘 수 있다. 아무리 고도화된 지능형 로봇이 등장하더라도 비반복·창의·추상 비중이 높은 일자리는 일부 직무만이 대체될 뿐이다.

이 때문에 개개인이 수행하는 업무를 상수가 아닌 전략적으로 다각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능형 기술과 보완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직무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개인, 조직, 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정답이 없는 '창조적 학습' 활동도 확산해야 한다. 우리는 정답만 찾는 객관식 시험에 익숙한 나머지 스스로 질문하는 것에 인색하다. 대한민국은 '질문을 권하지 않는 사회'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정답이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은 인공지능(AI)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보완관계에 있는 역량은 사람을 더욱 가치 있게 해 주는 창조적 학습에서 비롯된다. 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의식으로 새로운 문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해결하는 시행착오 과정이다. 학습은 노동시장 진입 이전 단계인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평생 이뤄지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절대 필요하다.

반대로 우리 경제사회 내 여러 제도 요소는 '탈 학습'해야 한다. 창조적 학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체화된 기존 학습 패러다임 및 관련 제도의 속성이다. 우리나라는 효율성을 우선시하고 단기 성과 달성에 특화된 노동시장 인센티브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도전 및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행착오 축적을 제한한다.

주입식 교육 및 선다형 평가 체계의 경로의존성은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년의 두려움을 거두지 못한다.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 체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개인의 리스킬링과 업스킬링 지원에 제한적이다. 기존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창조적 학습을 뒷받침하는 제도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질문과 도전에 기반을 둔 역동하는 학습 활동이 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규제를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일자리보다 양질의 비정형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 새로운 직무 전환이 용이하도록 제도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 생존을 개개인의 노력에 맡길 순 없다. 우리의 미래 경제사회 전반에 필요한 역량은 바로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과정을 체화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문제 탐색을 넘어 익숙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물음도 포함한다.

새로운 학습은 과감한 버림에서 시작됨을 인식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뤄 내야 한다.

[ET단상]디지털 전환 시대 새로운 '학습'과 '탈학습'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부연구위원 yjyeo@nafi.re.kr